제주4·3 미국현지 조사 의미와 과제

정치범 아닌 범죄자 규정 대응방식 영향…싹쓸이 언급도
우익세력 도민 학살 '주의'뿐 자수자 공산주의 누명 용인
국무부 등 상위기관 첫 조사…제주 비밀문서 확보 등 과제

2001년 이후 18년만에 미국현지 조사를 통해 당시 미국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문서증거 등을 통해 밝혀져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평가다. 특히 앞으로 미국정부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중인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조사대상도 확대해 미국의 책임을 입증하는 동시에 사과를 받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제주 4·3평화재단을 비롯한 희생자와 유족, 4·3관련 단체들은 그동안 제주4·3 당시 미군정이 사실상 민간인 학살을 묵인하는 등 책임이 컸기에 미국정부에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미국정부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당시 미국정부가 제주초토화 작전에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반발이 컸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미군정 총책임자인 하지 중장이 제주에서 남한단독정부 선거를 반대하고 봉기한 사람에 대해 정치범이 아닌 범죄자라고 규명하면서 제주4·3 대응방식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사고문단장인 로버츠 준장이 제주에서 사실상 초토화작전을 의미하는 '싹쓸이(cleaning-up)' 등 단어를 자주 사용했고, 제주초토화 작전을 극찬한 사실까지 문서를 통해 밝혀지면서 사실상 미군정이 묵인을 넘어 상당부분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더구나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에서는 우익단체인 민보단이 제주도민 76명을 살해했음에도 불구 미국정부는 '그들에게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반면 1949년 귀순공작과 사면정책에 의해 한라산 등에서 하산해 자수한 도민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며, 귀순자 2000여명 중 350명에 사형선고하고, 1650명을 20년에서 종신형을 선고한 기록도 확인됐다.

도민들을 공산주의자로 누명을 씌우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행위와 가혹행위에 대해 미국정부와 미군이 용인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화재단은 밝히고 있다.

4·3위원회는 2001년 주한미국정청 및 주한미군 등 남한에 진주했던 미군정·미군 문서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특히 18년만에 이뤄진 이번 조사는 미극동사령부와 연합군최고사령부, 국무부 등 상위기관 중심으로 중점적으로 문서수집 및 분석이 이뤄지면서 증거능력과 신뢰성을 더욱 확보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비밀해제가 안된 제주관련 문서들이 많은 상황이다. 미정부가 비밀해제를 했 더라도 문서와 내용이 방대해 문서수집과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 

결국 제주도와 4·3연구기관이 앞으로 미국정부를 설득해 제주관련 문서를 공개토록 하고, 조사하지 못한 문서를 찾아 분석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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