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도민기자

겨울산의 신비한 절경을 기대하며 지난 주말에 윗세오름 등반을 했다. 같은 생각을 하는 등산 애호가가 많았는지 한라산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대형버스를 비롯한 많은 차량이 즐비했고, 여기저기에서 등반객들이 겨울 등산 장비를 챙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등반로를 따라가다가 만나는 중국인 관광객도 유난히 많았다. 중국에 명산이 많은데도 한라산의 절경은 기대가 되나 보다. 

포근한 겨울 날씨로 기대와는 달리 온통 새하얀 한라산 풍경은 아니었지만 등반로를 따라 곳곳에 아름다운 눈꽃과 아이젠 깊이 박히던 눈밭의 느낌은 생생했다. 목적지인 윗세오름 휴게소에 도착하니 등반객들은 더욱 많이 몰려있었다. 예전 이 휴게소에서 컵라면을 먹던 운치를 잠시 생각하다가 화장실 밖에 길게 늘어선 대열에 합류했다. 그 순간부터 이곳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신령스러운 자연경관이 아닌, 쓰레기 더미와 불결한 위생 상태인 현실에 맞닥뜨리게 됐다. 

과연 내 눈앞에 보이는 시설물과 그에 대한 관리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의 가치에 상응하는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심지어 등반객의 무례한 행위로 화장실 시설물이 막혔다는 안내방송이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휴게실을 이용하는 등반객 대부분이 나가면서 불만의 소리를 던졌다.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관의 관리 소홀인지, 세계자연유산센터의 무관심인지, 어느 곳에 불만을 전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자연환경을 고려한 시설물의 운영은 해당 지역의 여건에 따라야 할 것이다.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화장실은 그 관광지의 절반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용객의 편의는 물론이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인적 자원의 활용 또한 충분히 예상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한라산이 시설물의 관리 소홀로 그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일까. 

올해는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유산본부는 세계 유일의 4대 국제보호지역인 한라산의 적정 탐방을 보장하고 자연자원 보호 및 탐방객들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2020년 2월부터 탐방예약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라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정책이니만큼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한라산을 찾는 관광객도 충분히 공감하고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그에 앞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소홀히 관리되고 있는 시설물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이에 따른 해결 방안에도 관심과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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