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최정순 재주상회 편집장

한 평생 제주에 살아온 토박이도 아니고 잠깐 발을 들이는 방문객도 아닌 '중간경험자'가 본 제주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 주말, '육짓것'의 새로운 시선으로 제주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잡지에 담고 있는 최정순 재주상회 편집장을 만났다.

최 편집장은 여행지 기자로 활동하다가 계간잡지 '인iiin'을 발간하는 재주상회와 인연이 닿아 몇해전 제주에 둥지를 텄다. 

재주상회가 펴내는 잡지 '인iiin'은 제주 방언으로 '있다'를 뜻하는 '인'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제주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잡지에 담았다는 의미다. 

제주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선으로 출판 시장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좋은 콘텐츠를 소유·간직하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라며 "독자가 애정을 쏟는 콘텐츠를 계속 만든다면 종이시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편집장은 '제주 중간탐험자'답게 '중도'의 시각으로 제주의 매력을 찾고 있다.

그는 "로컬은 생명력이 강해 사람이 끊임없이 모이는 곳"이라며 "빠른 도시와의 속도 차이 때문에 변화무쌍한 모습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빈자리가 생기면 새로운 무언가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없어진 것을 볼지, 새로운 것을 볼지, 로컬크리에이터로서 그 중간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박이도 보지 못하는 재미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 편집장은 "도시 생활이 익숙한 직원들에게 제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라며 "낯선 경험으로부터 오는 호기심이 제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올해 2년차 새내기 편집장인 그는 꾸미지 않은 제주의 모습을 잡지에 담아내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최 편집장은 "제주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상생활을 우리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며 "제주어 등 제주의 사라져 가는 많은 것을 조명하는 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간경험자인 그는 오늘도 제주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 간다.

최 편집장은 "인간 최정순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담는 일이 큰 행복"이라며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을 살아온 모든 인생의 주인공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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