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납품업체 행정처분 취소소송 제기…상하수도본부 패소
재판부 “도지사 권한 위임 없이 행사”…행정불신 자초

제주특별자치도상하수도본부가 도지사 권한인 관급자재 납품업체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임의대로 행사한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A업체가 제주도상하수도본부장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소송에서 A업체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지난 2015년 6월 제주지방조달청을 통해 제주하수처리장 공간탈취 관급자재 제작·설치공사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고, A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도상하수도본부는 A업체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계약이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문을 실시하고 2018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5개월간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 지방계약법을 보면 관급자재 수요기관이 도상하수도본부라고 하더라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 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제주도지사와 계약사무를 위탁받은 조달청장”이라며 “도상하수도본부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상하수도본부는 “제주도 재무회계 및 사무전결 규칙에 따라 계약 관련 업무를 위임받았으므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도 함께 위임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 지방계약법이 허용하는 계약사무 위임·위탁 규정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규정은 입법목적이나 성격이 다르다”며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이른바 침익적 처분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상하수도본부는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독자적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행정처분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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