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진화론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찰스 다윈은 어린 시절 수학과 언어능력이 좋지 못해 부모를 실망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학교공부에 흥미가 없어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지만, 자연을 좋아하게 되면서 곤충류, 꽃, 조류 등 생명체를 관찰하고 이들의 변화와 차이점을 세밀하게 연구하는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1931년 영국 군함 비글호에 승선하는 박물학자 생활을 시작으로 자신이 희망했던 자연관찰과 동식물에 대한 연구기회를 마음껏 누리게 되면서 관찰 활동을 계속하였는데, 그 결과 그는 당시 과학계에 지배적이었던 생물의 창조설을 뒤집을 '종(種)의 진화' 개념을 정립하여 인류의 문명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인습적 관념과 제도에 대한 그의 반항이 새로운 이론을 창조한 셈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4살 때부터 누나의 피아노 연주를 지켜보고 흥얼거렸는데, 그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자 놀라운 집중력으로 거의 악보를 외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이같은 집중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음악에 대한 강렬한 열정 때문이었는데, 성인이 된 모차르트는 이러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자, 집중력에 창의력을 더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 작곡법을 습득하므로서 마침내 대형 오케스트라에 어울리는 웅장한 음악을 작곡해 당시 유럽음악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다.

상대성이론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보다 말을 늦게 시작했고 더듬거리기조차 했으며, 숫자나 암기가 필요한 과목을 매우 힘들어 했지만, 바이올린에 능숙했고 퍼즐 풀기 등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뛰어났다고 한다.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전곡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과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연구가 벽에 부딪히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모차르트 음악이 영감을 주었고, 모차르트 음악은 그의 생각과 지식을 우주공간으로 안내하는 창의력의 기본이 되었다고 한다. 과학도 음악과 같이 어떠한 상대적인 에너지와 패턴에 의해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은 본능적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이들이 갖는 공통점 중 하나는 기존방식에 대한 반항이다. 찰스 다윈이 기존 학교 교육의 틀과 부모의 욕망에 대해 순종했다면 아마 평범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유로운 관찰과 생물학에 대한 욕심을 위해, 자신의 편안한 생활을 버리고 고난과 어려움을 스스로 자처하면서까지 자신의 연구욕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반항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열정이다. 모차르트 작품의 진가(眞價)는 그가 사망한 후 빛을 보게 되었지만 생전에 그가 보인 음악에 대한 열정과 창작에 대한 집중력은 후배 작곡가들의 열정을 불러 일으키기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을 방문해 컴퓨터를 보고, 중국 항쩌우에 돌아와 열정을 가지고 전자상거래를 시작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역시 이런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세번째는 창의적 에너지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흥미를 느끼는 것을 관찰하거나 궁금한 문제에 깊게 집중하면, 반드시 이를 결과로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관찰하는 습관과 음악을 온몸으로 느꼈던 아인슈타인은 물론 다윈과 모차르트 역시 자신의 관찰력과 창의적 에너지가 새로운 지식과 장르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동산에서 뛰어놀 때마다 자신의 옷에 붙어있는 식물 도꼬마리(cocklebur) 열매에 붙어있는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보고 '벨크로(매직테이프:찍찍이)'를 발명한 스위스의 메스트랄(G.Mestral) 역시 그렇다. 

만약 지금 이 순간, 틀에 박힌 학교공부에는 흥미가 없지만, 무언가에 매력을 느껴 집중하고 열정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창의성만 있다면 그가 미래의 거장(巨匠)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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