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유수율 제고사업이 헛돌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유수율 향상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16년부터 사업비 4000억원을 들여 유수율 제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45.7%였던 유수율을 2025년까지 85%로 향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2018년까지 508억원, 2019년 450억원 등 현재까지 958억원에 달한다.

유수율 제고를 위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너무도 저조하다. 지난해 제주지역 유수율(잠정)은 47.4%에 불과하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16년에 비하면 4년간 고작 1.7%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계량기까지 이르는 비율을 말한다. 유수율 47.4%는 100톤의 물을 생산한다면 47.4톤만 도민들에게 전달된다는 뜻이다. 

결국 수돗물의 절반 가량은 땅 속으로 새고 있는 셈이다. 2018년 제주지역 누수율은 43.4%에 이른다. 연간 총급수량 1억7539만㎥ 가운데 누수량은 7만6000㎥다. 전국평균 누수율(10.8%)에 비해서는 4배나 높다. 아까운 물이 줄줄 새면서 이에 따른 손실액도 만만치않다. 1㎥당 제주지역 상수도 생산원가인 1028.8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누수로 인한 2018년 연간 손실액은 781억원에 달할 정도다. 

제주지역의 수돗물은 전적으로 지하수에 의존한다. 지하수는 무한정 뽑아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그런데 수돗물의 절반 가량이 땅속으로 버려진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수율 제고 부진은 수원지와 배수지를 연결한 송수관 정비를 못한 원인도 크다고 한다. 설치된지 13~20년 이상으로 노후되다보니 누수량도 많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송수관 정비에 서둘러 나서는 등 유수율 개선에 보다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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