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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표 선물 한과세트 판매량 예년보다 2.5% ↑
"오래 봐야 장사" 지갑 덜 열어도 두 손 묵직하게

"장사가 힘들어진 거야 오래됐지. 그렇다고 설 대목을 대충 넘어가면 한해가 힘들어져"

동문재래시장에서만 30년 잔뼈가 굵었다는 김모씨(여·62)는 고객들의 지갑이 열릴 때마다 '세뱃돈'이라며 과일 한 두 개를 더 챙겨줬다. '정'이다. 김씨는 "요즘 경기는 단골을 보면 안다. 예전에는 가족들 먹을 것이라고 더 사던 것을 이제는 상에 올릴 좋은 것을 숫자에 맞춰 사간다"고 귀띔했다. 예년보다 씀씀이가 줄어 서운할 만도 하지만 김씨는 "이렇게 찾아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고 먼저 덤을 얹었다. '또 올게요'란 답을 듣기 위한 밑밥이다.

'더 저렴하다'는 재래시장이나 '알뜰하게'로 승부하는 대형마트나 설 분위기가 덜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을장마·태풍 등으로 경기가 가라앉으며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때문이다.

결혼 후 첫 명절이라는 이모씨(여·31)는 "이전과 비교할 기준이 없기는 하지만 주변에서 준비하는 것을 보고 눈치껏 챙기고 있다"며 "줄이기도 힘들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만큼 '꼭 필요한 것'과 '정성'에 무게가 실린다.

서귀포시 신효생활개선회의 한과 '신효과즐'은 설 대목을 앞두고 판매량이 평일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 평소 2000개 정도 판매 되던 것이 최근 4500개 이상 늘어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효생활개선회 관계자는 "제주라는 지역색에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 재구매율이 높다"며 "손이 바빠지기는 했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사정이 바뀌며 어려움이 컸던 어업인들도 설 특수에 모처럼 미소를 찾았다. 한림수협에 따르면 중국 설 선물로 인기인 '부세'는 지난 13일 700g 1마리에 23만원에서 20일 37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조기 어장이 오래 유지되며 선물용 판매도 늘었고 설 제수 옥돔도 몸값이 상승했다.

대형마트 등에서도 이전 인기 상품이던 상품권이나 고가 선물보다 생필품 중심의 중저가 상품 비중을 늘리는 등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제주시내 대형 마트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매장을 찾는 사람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늘었지만 매출에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라며 "명절이라 농수축산물 구매가 늘고 선물용 판매가 꾸준한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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