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제주검역소 직원이 고막 체온계를 이용해 열이 있는 중국 난징발 입국자의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가계 등 인접지 시작으로 2.3월 여행 상품 취소 잇따라
춘절 중화권 관광객 등 1만여명 ↓…방문 매장 등 '긴장감'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여행업을 중심으로 한 제주지역 관광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을 겪었던 경험과 더불어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일본 불매운동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파장 여부를 놓고 비상이 걸렸다.

27일 제주지역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행을 준비했던 여행객들이 우한 폐렴 확산 소식에 여행사로 예약 취소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여행 관련 문의 전화가 늘기 시작했고 이중 절반 정도는 위약금 여부와 관계없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형 여행사 제주 지점의 경우 "직접 판매 상품은 없지만 2∼3월 중국 여행을 계획했던 단체 관광객들 예약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처음은 여행이 가능한지 정도를 묻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취소를 목적으로 한 상담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폐렴이 집단 발생한 우한과 유명 관광지인 장가계가 가까워 연관 패키지 투어 취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폐렴이 상하이와 베이징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예약 자체가 사라졌다"며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목적지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단체관광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방한 관광 시장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드 사태 후 촉발된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제한령) 해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번 춘절을 기점으로 시장 회복을 기대했던 만큼 불안감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 이번 춘절 연휴(24~30일)에 맞춰 중국 2만7000명과 대만 2600명 등 중화권 관광객 3만여명이 제주를 찾을 전망이었지만 29일까지 2만1431명이 들어올 것으로 관측되는 등 우한 폐렴 여파로 이미 1만 명 정도가 이탈했다.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의심돼 격리해 검사를 시행하는 '조사대상 유증상자' 범위를 중국 '우한시 방문자'에서 '중국 전체 방문자'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위축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특히 최근 충청남도에서 지역 관광협회 등과 공동으로 유치한 중국 관광객 3000여명의 지역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등 제주 차원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여행업계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호텔 등의 경우 아직 예약 취소 사태까지는 아니지만 장기화로 인한 파장을 신경 쓰고 있다. 면세점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점가, 편의점 업계 등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직원이나 상인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있지만 방문객 관리에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전파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건복지부는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차 회의'를 열고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제주특별자치도도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공항 등 지역 관문에 대한 검역 수위를 높이는 한편 적극적인 현장 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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