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장

스치며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한가로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운전을 매우 좋아한다. 막히지 않는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다르거니와 날씨와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목청껏 노래 부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운전은 필자에게는 꽤 익숙한 취미이며 삶의 재충전을 위한 귀한 활력소이다. 그리고 운전을 하다보면 깊은 사색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운전길이 꼭 우리네 인생길과 닮았다. 

먼저 곧게 쭉 뻗은 도로를 달리다보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스피드를 즐기는 광경도 자주 보게 되는데 운전자는 쉽게 스피드를 올리고 양보도 없고 과속을 일삼는 것이 마치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발버둥치는 모습처럼 보인다. 

큰 차, 작은 차, 트럭, 새 차, 헌 차 등 각기 다른 차들이 달려가는 모습은 마치 제각기 다른 남녀노소의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도로를 달려가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빨리 운전하기 위해서는 운전실력 못지않게 자동차의 배기량과 성능도 중요하다. 동일한 조건에서는 차량의 성능이 속도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이다. 좋은 차는 아무나 살 수 없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고급차가 제일 유리한데 경쟁사회에서 소형차는커녕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고 이들과 동일하게 경쟁해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동들이 자꾸만 오버랩 된다. 

고속도로는 신호등이 없지만 대부분의 도로는 신호등이 있고, 도로에서는 각종사고가 빈번하여 정체되기도 하고, 세치기, 신호위반은 다반사고, 시시각각 교통흐름이 변하기도 하는 것이 변화무쌍한 인생사 같다.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 위해서는 신호도 잘 받아야 하지만 교통체증도 물론이거니와 주변상황이 좋아야만 한다. 가끔은 빨리 가는 차보다 오히려 안전운행하며 자기 속도를 지키며 가는 차량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때도 있다.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비록 차량의 성능이 좋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다보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음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동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좋은 차를 타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한 것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빨리 가려면 그만큼 사고위험이 많다. 그리고 주변경치의 아름다움도 놓치기 쉬워 막상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상처뿐인 영광, 후회가 남을 수도 있다. 인생사에서 부와 명예를 좇기만 하다 건강도 잃고, 가족 간의 추억도 만들지 못하고 이웃과의 관계도 좋지 못해 후회하며 살아가는 인생도 많다. 

운전은 고급차를 타고 간다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주변 운전자의 도움이 필수이다. 안전운전, 정속운전, 방어운전을 잘한다고 스스로 자부해도 도로는 다른 운전자들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 인생 또한 그렇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 혼자 잘해서 잘 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 때문에 우리는 서로 배려하고 돕고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 

운전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운전을 하며 느끼는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다보니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애초에 사회복지를 시작할 때부터 남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앞서가고 싶은 생각은 더욱 없었다. 대신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도 찾고, 가는 길에 들풀과 나비도 구경하면서 안전운행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가는 차량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사히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를 기원해주고 양보하고 갈 길만 묵묵히 갈 것이다. 운전을 하며 인생을 깨닫았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해석이겠지만 굴곡 있는 굽잇길을 수없이 되풀이하다 다다른 목적지는 고되다 즐겁다를 반복하는 인생과 분명 닮은 것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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