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연 '농업전망 2020' 출하 관리 등 시장경쟁력 확보 주문
노지온주 이어 만감류 구조적 내림세 전환…소비 성향 읽어야

급변하는 소비 환경에 맞춰 제주 감귤 산업 전반에 대한 전략적 구조조정이 주문됐다. 수급 관리 등에 있어 시장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약세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경고도 보태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전망 2020'을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검토해본다.

△조기 출하 관행 '발목'

설 대목을 포함한 이달 22일까지 노지온주 평균 가격은 5㎏ 기준 7189원(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 기준)이다. 2017년산(1월 평균 1만5333원)과는 3000원 이상, 2018년산(〃 8008원)과는 1000원 가까이 가격차가 났다.

같은 기준 한라봉이 3㎏ 1만1837원, 천혜향 1만4396원, 레드향 1만8475원 등 전년 1월(1만1536원·1만4304원·1만7243원)과 비교해 선전했지만 '명절 특수'를 감안하면 웃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 지지는 그나마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노지감귤의 경우 출하 초기 가격 약세에 긴장한 제주도와 생산농가 등이 설 명절까지 감귤수급조절 및 시장격리사업을 진행하면서 최근 3년 중 가장 적은 물량이 시장에 나왔다.

만감류는 명절 특수를 잘 넘겼지만 생산량 자체가 늘면서 대부분 품종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한라봉 실질가격은 이미 2006년부터 하락 흐름을 타며 최근 ㎏당 3000원대까지 밀렸다. 천혜향과 레드향 역시 수요에 비해 재배면적과 생산량 증가 속도가 빨라 2016년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보다 더 치명적인 약점은 '출하 시기'다. 설 명절에 출하가 집중되면서 조기출하로 인한 품질 저하 문제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3월 무관세로 수입되는 미국산 오렌지와 경쟁을 피하려는 심리는 그러나 소비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 맛있는 '제주' 감귤 승부

생육기 장마·태풍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2019년산 노지감귤에 대한 소비자품질만족도는 나쁘지 않았다. 한농연 농업관측본부 소비자패널조사(2019년 12월 27~29일)에서 전년과 비교해 '별 차이 없다'는 응답이 45.8%, 오히려 좋다고 느꼈다고 답변한 소비자도 35.0%로 파악됐다.

맛이 기대에 못 미쳐 구입을 줄이거나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전체 48.1%나 되는 등 초기 출하 관리 필요성에 대두됐다. 특히 노지감귤 첫 가격과 당도가 주 출하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고품질 감귤 출하를 위한 완숙과 위주의 부분 수확 및 선별 출하를 주문했다.

직거래 비중 증가세 역시 시장 관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2018년산 유통처리분석결과 택배 물량을 포함한 기타 출하 비중이 26%로 2013년 13%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직거래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비중도 2018년 61.3%에서 지난해 75.1%로 늘어났다.

직거래 역시 '신선도'와 '맛'이 주요 결정 요인으로 꼽혔다. 향후 직거래 구입 의향 조사에서 80.5%가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잘 팔아야 산다

2020년산 감귤류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는 '재배지 확대'도 일부 포함됐다. 전체 생산량의 99%를 차지하는 제주의 경우 노지 재배 면적이 시설로 대체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호남(58㏊) 영남(13㏊) 경기(7㏊) 등에서 시설 재배 면적이 잡혔다.

출하 시기에 대한 고민은 '소비 둔화'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커진다.

감귤 1인당 소비량은 2019년 12.7㎏에서 올해 12.1㎏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2024년 11.8㎏ 등 계속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월 제주도농업기술원 전망보다 감소 속도는 더딜 것으로 봤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치다. 전반적으로 과일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 기타 과일류와 수입과일 소비량 증가 속도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1인 가구' 증가 등의 변화 역시 감귤 소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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