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취재1팀 부장

정치인들이나 위정자들이 어떠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때 자주하는 말이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은 것이다. 정무적 판단의 사전적 의미는 행정·정치에 관한 사무적, 행정적인 것을 인식해 특정한 논리나 기준 따위에 따라 판정을 내리는 인간의 사유 작용이다. 결국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근거로 판단·결정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좋게 이야기하면 여러 상황과 여건, 향후 예상과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인의 역량과 재량에 의해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나쁘게 말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나 지자체 단체장 등 권력자들이 책임회피용으로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자들이 정무적 판단이란 말을 자주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특히 온갖 이권사업을 결정하거나 대형 사업의 참여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을 근거로 결정한 경우가 상당수다. 향후 비리나 부실 등으로 인해 부작용과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던 사실은 온 국민이 겪어서 알고 있다.

'정무적 판단'이란 법률 용어가 아닌 정치적 용어에 가깝다. 법의 취지를 어기는 경우에 방패막이로 악용된 사례도 많고,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할 때 은근슬쩍 넘어가기 위해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한다. 최근 제주정가에서도 '정무적 판단'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제주시갑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후보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당 지도부가 '정무적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제주도정 역시 도내 기관장이나 고위직 임용시 정무적 판단보다 능력·역량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몇몇 인물은 능력과 전문성은 배제된채 정치적 배경에 의해 선출됐다며 도민사회에서 크게 반발했고, 낙마한 사례도 있다.

지도자들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때론 객관성과 과학적 근거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제주지역내 지도자들은 중요한 결정에 대해 명백한 근거를 토대로 설명해야지 '정무적 판단'을 내세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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