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사람들은 오늘과 내일 사이에 하루라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하루라는 시간은 단순히 24시간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 하루는 사람들의 내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어제가 지나면 오늘이 찾아오듯이 사람들에게 머문 시간만큼 사람들의 생각은 변하며, 그에 따라 행동도 달라진다. 다만 사람들의 마음은 시간 단위로 변하는데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꾸미고 있을 뿐이다. 

나를 중심으로 지인들과 만나는 횟수에 따라 상대방의 가치관 변화를 인지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즉 가족과 지인들은 자주 접하니까 상대방의 변화 정도를 실감하기 어렵다. 한편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변화(정신적)를 빨리 눈치 챈다. 이때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변화된 모습(내적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달라졌다면 그것은 하루 24시간을 더 살았기 때문이다. 

2020년 1월을 마무리하면서 불과 한 달 전(2019년 12월)에 계획했던 일을 점검해 보고 새해 1월에 실행한 결과를 비교해 보면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을까?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미한 변화를 감지할 것이다. 

어제와 오늘에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듯이 오늘과 내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미미한 변화가 따르고, 그 변화의 정도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오늘 밤을 넘기면 자신이 원하는 일들이 조금씩 드러날 것이라 믿으며….

어제, 오늘, 내일, 과거, 현재, 미래라는 단어가 있어서 사람들은 긍정과 부정의 인생그네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사유가 인간의 특권이므로 분 단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각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달라졌다면 이는 그 하루만큼 사유한 결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루라는 24시간을 평범하게 여길 경우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인생이란 자신과 부단히 싸우는 내적 갈등의 연속이고, 모든 것은 그 결과물이다. 분과 시간 단위로 고민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 같지만 생각이라는 신경세포는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그 사이에 갈등이 자리잡게 된다. 

사람들은 갈등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갈등에는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이 있는데, 사람들의 내면을 고달프게 하는 것이 내적 갈등이다. 외적 갈등은 나와 관계된 외부적인 요인이 문제가 된다. 이 경우 갈등의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해결되든 안 되든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한편 내적 갈등은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욕망이나 강박증의 결과이기도 하다. 흔히 하는 말로 자신을 내려놓기, 소유하지 않기, 상대방을 인정하기 등 나름대로 치유 방법을 찾는다. 

그렇지만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내려놓기 시리즈를 실천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그래도 내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므로 완벽함에 대한 갈망을 버리면 어떨까?       

사람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관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객관화화려고 노력한다면 긍정적인 생각의 확산, 내적 갈등의 해소 등 나름대로 정신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섭섭함은 소외감의 일종이다. 상대방에게 기대하거나 자신의 기대치와 다를 경우 섭섭함을 표출하는데 그러한 감정의 밑바닥에는 소외감이 깔려 있다. 어제라는 하루를 더 살았기에 섭섭함과 소외감 따위를 날려 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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