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디지털편집팀 차장

1980년대에서 1990년대는 배우 록 허드슨과 가수 프레드 머큐리, 사상가 미셸 푸코 등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AIDS)로 숨지는 사건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미국에서는 에이즈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도착해도 병원에서 거부해 되돌아가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에이즈 환자의 어머니마저 감염을 두려워 해 병실 문밖에서 대화를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또 에이즈 환자들에게 Homosexual(동성애자), Hemophiliac(혈우병환자), Heroin(마약사용자), Haitian(아이티인)을 한데 묶은 '4H클럽 회원'이란 낙인을 찍어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퍼지는 등 실제 바이러스 확산 경로와 상관없는 특정 집단에 대한 이유없는 공포가 자리잡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부터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세계적 유행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아직 치료제가 없는 질병에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에 중국 교민들을 임시 수용하는 지역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거나, 무조건 중국인의 출입을 막는 등 '바이러스 포비아(공포증·phobia)'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주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데다 제주여행을 다녀간 50대 중국인 관광객이 귀국 후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도민 사이에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막연한 공포증이 방역을 포함한 위기 관리의 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에서 정치적 이득을 목적으로 공포를 부풀리거나, 정부·지방자치단체에 실제 방역효과와 관계없는 요구를 해 엉뚱한 곳에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환자가 다녀간 지역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것도 신종 코로나 공포증이 일으킨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과도한 공포심 조장은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을 가로막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전파되는 '카더라'식 뜬소문보다 방역당국과 과학자들이 내놓는 정확한 정보와 예방수칙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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