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고 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농축산물 판매 가격보다 각종 비용 상승폭이 크다보니 남는게 없다. 통계청의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교육조건지수는 104.7로 전년보다 1.1% 하락했다. 농가교역조건지수는 농가가 생산해 판매하는 농산물과 농가가 구입하는 생활용품·농기자재 가격 상승폭을 비교한 것이다. 2015년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농가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말이다. 

제주농업의 현실은 더욱 팍팍하다. 지난해 판매가격지수의 경우 그나마 감귤이 242.7로 전년(216.5)보다 높아졌지만 밭작물들은 저조하기 이를데 없다. 당근은 134.1로 전년(167.4)에 비해 33% 이상 떨어졌다. 무도 104.9로 전년(127.9)에 크게 못 미쳤다. 양배추와 마늘, 양파는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마늘과 양배추는 2018년 각각 105.4와 112.0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83.0, 82.5로 뚝 떨어졌다. 양파는 2018년 73.0에 이어 지난해 53.5로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산물 판매가격지수는 하락하는데 반해 농가가 구입하는 생활용품이나 자재 등의 가격은 오르면서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농가구입가격지수는 2018년보다 1.6% 오른 104.1을 기록했다. 특히 2016년 99.3으로 떨어졌던 농가구입가격지수는 이후 2017년 100.9, 2018년 102.5 등으로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 경비 등 각종 영농비용이 꾸준히 오르는 탓이다. 

이러다보니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주지역 농가소득은 가구당 5000만원을 넘으며 전국 1위다. 하지만 부채 역시 소득을 훌쩍 뛰어넘는 가구당 7500만원으로 전국최고다. 1차산업은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이다. 농가 어려움을 덜어줄 농정당국의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