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협 2020 제주 4·3미술제 주제 ‘래일來日RAIL’ 공개
2일 참여 작가 등 워크워크토크 진행…시대적 책임 공감

차마 아프다 말하지 못했던 역사에 진실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상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붓’이 다시 움직인다. 비극적 역사를 마주하고 꾸준히 길을 내온 호흡을 다시 트는 올해의 주제는 ‘래일來日RAIL’이다.

탐라미술인협회(회장 양미경)이 2일 워크워크토크(Walk Work Talk)로 ‘2020 4·3미술제’의 시작을 알렸다. 초대작가를 포함해 올해 미술제에 참여할 작가들 중 38명이 참여한 워크워크토크는 이날 성산일출봉 분화구와 우뭇개 해안, 광치기해변 터짐목과 서북청년단 주둔지, 감재공장터,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을 도는 일정으로 꾸려졌다. 숨죽여 비극을 품은 장소들에서 작가들이 마주한 것은 차마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아픔’이다.

침묵을 강요받았던 과거를 바로 알고 알렸던 지난 시간을 품는 것도 과정의 일부다. 각자의 입장과 시간에서 역사를 다시 보고 기억과 회복, 상생의 길을 여는 역할을 부여했다.

억울한 죽음과 그들이 흘린 피로 물들었던 붉은 섬에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삶을 일궜던 일련의 흐름은 ‘내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 가능했다. 현실을 기준으로 지난 역사를 되짚어 이해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궤적(Rail)은 지난 1994년부터 올해 27번째 미술제까지 꾸준하게 ‘4·3미술’이라는 영역을 개척해온 작가들의 책임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이어붙이거나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내고(용접) 보다 다양한 통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이해(위로)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경야(經夜)’가 여명을 상징했다면 이번 ‘래일(來日)’의 명도는 보다 밝고 분명하다.

이날 워크워크토크에서 김유정 미술평론가(제23회 미술제 예술감독)는 “‘4·3미술’은 리얼리즘 창작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미술사의 한 획을 이룬 대표적인 미술운동”이라며 “타자의 경험에 의존한 창작은 작가적 감성이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 바르게 보고 느끼는 것이 ‘잊혀지는’함정을 막는 일”이라고 작가들의 접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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