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는 정치학자들이 하는 말이라 전적으로 공감하기 어렵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매우 그럴 듯 해보인다. 그만큼 선거는 인류의 물줄기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거는 국민들의 의사를 전달할 사람을 뽑는 일로서 대의민주정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선거는 아무리 무관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도록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흥미진진한 것이 사실이다. 지구상의 온갖 세상사를 한데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악과 선이 혼재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종교에선 정치를 필요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선한 사람이라도 선거라는 요물 속에 발을 한번 담그면 당선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선거는 요지경이다. 하기사 어느 정도의 악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선거판, 그게 우리의 정치문화이다. 선거는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정치는 형체없는 공기처럼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하고 있으면서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틀 뒤면 선거일이다. 그런데도 아직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상당수에 이른다고 하니 마땅한 인물이 없거나 아니면 적당한 당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어서 선택을 주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저도 아니면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다.

지난 97년에 실시한 도민들의 선거의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3.7%가 투표직전에야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했다. 절반 정도인 50.4%는 선거운동기간에 후보자를 정한다고 하지만 많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들어선 뒤에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주권행사를 놓고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후보가 승리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시간으로 따져도 얼마 남지 않았다. 부동표를 향해 혼신을 다하는 사람만이 영광의 금배지를 딸 수 있다.<김종배·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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