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취재2팀장·부국장

14세기 몽골의 킵차크 칸은 크림반도의 도시 카파를 공격하면서 적이 항복하지 않자 페스트에 걸린 시체들을 공성병기로 이용해 성 안으로 날려보내 성문을 열었다. 당시 카파에 있던 제노바 선단이 전염된 후 시칠리아를 거쳐 이탈리아로 돌아가면서 전 유럽에 페스트를 전염시켰다. 결국 이 페스트는 유럽 사람 세 명 가운데 한 명을 죽게 만든 대재앙을 불러오게 했다.

세계 역사 속에서 가장 강대했던 로마제국은 천연두로 멸망했고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무너진 것도 장티푸스 질병 때문이라고 한다. 1492년 콜롬버스에게 발견된 아메리카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무기를 든 군인들보다 이들이 옮긴 천연두, 인플루엔자, 홍역 등에 의해 멸망했다. 특히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인들이 자국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독감 인플루엔자를 퍼트려 전세계 인구의 4%인 7000만명이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25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볼 때 거의 3배에 이르는 숫자다. 이때 이 독감을 현재 '스페인 독감' 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로 인해 8000여명의 감염자(사망 774명)가 발생했고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번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으로 2500여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35%가 사망에 이르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스포츠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종 스포츠 대회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오는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에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외국 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해 유명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없었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달 3일 개막한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개최를 포기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개최지를 호주 시드니로 장소가 변경했다. 육상과  복싱대회 개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가지 못했다. 

3일 우한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2020 도쿄올림픽 복싱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이 전격 취소돼 오는 3월 요르단 암만으로 장소와 시기가 변경됐다. 오는 12일과 13일 이틀간 중국 항저우에서 펼쳐질 예정이던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대회도 취소됐고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6일부터 9일까지 참가하는 국제농구연맹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개최지도 중국 광동성 포산이 아닌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변경돼 우리팀으로서는 시차적응까지 감안해야 하는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였다. 제주도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2월 중 열릴 예정이던 각종 스포츠 행사도 대부분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제11회 탐라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와 2020 제주 평화기전국태권도대회 및 제4회 태권도품새대회, 제26회 도지사기 생활체육전도테니스대회, 제15회 전국 우수고교윈터리그야구대회, 제26회 전국팔도중학야구대회, 제47회 도지사기 배드민턴대회가 잠정 연기됐다. 2020 칠십리 춘계전국유소년축구연맹전과 제21회 탐라기전국중학교축구대회는 취소됐다. 

지난달 제주를 다녀간 50대 여성 중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도내 사회도 이로인한  격리조치가 이뤄지는 등 당장 불편은 없지만 확산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두려운 상황이다.중앙방역대책본부의 4일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16명이며 접촉자는 1318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우리들의 일상까지 바꿔놓고 있다. 외출 자제 분위기 속에 집에서 밥을 해먹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거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로 넘쳐나고 있고 지역 상권은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보건체계는 사스와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이들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높은 단계의 의학 수준에 올라와 있다. 개개인이 가깝게는 손씻기부터 마스크 착용 등 청결을 유지한다면 일상 속에서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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