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회계과 김원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1999년 저술한 <생각의 속도>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개인 단말기(휴대폰)', '전자상거래', '종이 없는 사무실'등을 예견했을 때만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여겨졌지만 20여년이 지난 오늘 날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 되었다.

그동안 행정에서도 정보기술을 행정업무에 접목하여 불필요한 종이문서를 줄이고, 공무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등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노력의 결과 한국형 전자정부를 수입해가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요즘 신규 후배 공무원들에게 기안 문서를 수기로 작성하여 결재 받은 후, 타자기로 타이핑한 시행문을 인편으로 송달했었던 20여 년 전 행정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면 자칫 "라떼는 말이야" 취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회계행정인 경우 12년 전부터 지방재정관리시스템(회계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면서도 각종 회계증빙서류를 종이로 보관하여 왔고, 아직까지 대면결재와 지출서류에 인장을 날인 하는 등 재정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 연간 회계처리건수 300,000여 건, 종이 증빙서류 25,000여 권

이러한 문제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지방재정관리시스템 내에서 전자서명을 활용하여 결재가 가능하도록 하고, 종이 증빙서류들을 전자화하여 시스템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등 전자결재시스템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향후에는 각종 공사 관련 계약도 전자화하고, 사업자가 전자적으로 대금 청구하는 전자대금청구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회계업무를 처리하면서 인장을 날인 하거나 대면결재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회계부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자적으로 회계업무를 처리하면서 전자서고에 저장된 자료 검색도 편리해졌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회계부서에 직접 방문하는 불편함도 줄어들어 민원편의도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회계담당 실무자 교육과 매뉴얼을 제작하여 전자결재시스템이 안정적 정착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종이문서를 줄이고, 공무원의 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후배 공무원들에게 고리타분한 선배 취급을 받더라도 종이문서를 무겁게 들고 회계부서를 드나들던 행정의 모습을 "라떼는 말이야"하며 이야기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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