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제'에서 유래…온 동네 사람들 함께 어우러져
부럼 깨물기·더위팔기·쥐불놀이 등 행사 다양
달집 태워 한 해 마을 '풍년''흉년' 점쳐보기도

정월대보름은 한국 세시풍속에서 비중이 크고 뜻이 깊은 날이기 때문에 '대보름'이라고 특별히 일컬어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기복행사인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줄다리기, 다리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등의 전통풍습이 있는 명절로 한국 세시풍속의 20%가량이 대보름날을 맞아 치러질 정도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정월대보름은 달빛이 어둠, 질병, 재액을 밀어내어 온 마을 사람들이 질병, 재앙으로부터 풀려나 농사가 잘 되고 고기가 잘 잡히길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는데서 유래됐다. 설날이 가족 또는 집안의 명절인데 비해 정월대보름은 마을의 명절로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로 자리 잡아왔다.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다채로운 전통풍습이 행해지고 있다. 이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달리 나타나며, 한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지연적인 화합을 다지는 민속의 중요한 핵심이다.

더위팔기는 남에게 더위를 파는 풍속으로 정월대보름날이 되면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이웃에 사는 친구를 찾아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친구에게 이름이 불린 아이가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또는 "내 더위 네 더위 먼 데 더위"라고 외친다. 이렇게 외치면 먼저 이름을 부른 사람은 더위를 팔게 되고, 대답을 한 사람은 친구의 더위를 산 셈이 된다. 의학이나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여름철에 더위를 막는 것이 큰일이었다. 더욱이 더위에 들면 딴 병을 들게 해서 몸을 해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더위를 먹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주술적 방법이 생기게 돼 더위팔기와 같은 세시풍속으로 정착된 것이다.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날 밤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 올린 무더기에 불을 질러 태우며 노는 세시풍속이다. 달집을 태워서 이것이 고루 잘 타오르면 그해는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고, 달집이 타면서 넘어지는 방향의 마을이 풍년, 이웃 마을과 경쟁해 더 잘 타는 쪽의 마을에 풍년이 들 것으로 점친다. 

또한, 달집 속에 넣은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마을 악귀들이 달아난다고도 한다. 그리고 달집을 태울 때 남보다 먼저 불을 지르거나 헝겊을 달면 아이를 잘 낳고, 논에서 달집을 태우면 농사가 잘 된다고 하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줄다리기는 정월대보름에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하는 단체 놀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놀이다. 수십명에서 수백명, 수천명에 이를 때도 있다. 줄다리기의 편 가르기는 남녀로 나뉘게 되는데, 여자 편이 이겨야 그해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어 암묵적으로 여자 편이 이기도록 남자 편이 양보한다. 줄다리기는 줄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놀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완전한 협동심에서 이뤄지며, 주민들은 이 놀이를 통해 동질감과 향토애를 기르게 된다.

고싸움은 볏짚으로 '고'를 만들어 편을 갈라 벌이는 민속놀이의 하나로 고를 맞대고 밀어붙여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고싸움'이라는 말은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의 옷고름에서 보이는, 둥글게 말아 매듭을 지은 부분의 '고'에서 유래한 말로 고싸움에서 사용하는 '고'가 옷고름의 매듭과 흡사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름 붙여졌다. 고싸움은 마을 사람들의 협동심을 길러주는 대동놀이이며 준비 기간도 길고 '고'를 만드는데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 큰 규모의 민속놀이로서 아직도 그 명맥이 잘 유지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풍습에는 건강까지 하나하나 챙기려는 자상한 마음이 엿보여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날을 지나 비로소 본격적인 새 생명의 활동을 알리는 정월대보름 음식에 건강을 위해 얼마나 세심한 배려가 있었는지 알면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보름 동안 동네 웃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드리며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보냈다. 설날은 개인적이며 가족 중심의 피붙이 명절임에 반해 대보름은 집단적이고 개방적인 마을공동체 명절이었다. 

이제 줄다리기, 차전놀이, 쥐불놀이 등의 절기 놀이는 실생활에서 거의 사라졌다.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는 의식 중에는 오곡밥, 약밥, 부럼 등 절기 음식만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가까운 오름에 올라 달맞이와 함께 소원을 빌어보며 정월대보름 조상들의 지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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