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서귀포지사장·논설위원실장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벌써 15년째 접어들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며 문을 연 민선 7기도 곧 반환점을 맞는다. 그동안 행정구조계층 단일화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특별자치도 도입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기구가 팽창하면서 매년 승진잔치가 벌어지는가 하면 각종 복지혜택으로 '공무원 공화국'이라는 이미지만 더욱 강화되고 있다.

단서 조항 따라 1년 시행

지난달 17일자로 단행된 2020년 상반기 정기인사만 하더라도 공로연수제나 유관기관 파견 등 온갖 구태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 3의 규정에 따라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로연수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행정시는 매년 정기인사 때마다 5급 이상 공무원은 전원 정년퇴직 1년 전에, 6급 이하는 희망자에 한해 6개월 전에 공로연수 발령을 내고 있다. 지난달 17일자 정기인사에서도 제주도 33명, 제주시 19명, 서귀포시 11명 등 총 63명(5급 이상 45명·6급 이하 18명)이 공로연수를 떠났다.

공로연수가 고급 인적자원을 사장시키고 지방재정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오랜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행이라거나 승진 적체 해소라는 미명 아래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행 근거인 지방분야 인사분야 통합지침과도 어긋난다. 이 지침은 공로연수 대상을 '경력직 지방공무원 중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자를 원칙으로 함.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상 1년 이내인 자를 선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제주도와 행정시는 원칙을 버리고 특별한 경우에 한하는 단서 조항에 따라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예산안 심사 당시 고용호 의원이 "2급은 연봉이 1억원 이상, 3급은 9970만원"이라고 공개한 점에 비춰 이들 공로연수에 따른 예산만 줄잡아 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회사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위이자 주주에 대한 배임죄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제주도 역시 공로연수제가 인사적체 해소나 퇴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2월 '5급 이상 6개월로 단축(1년 내외 유예기간)' 등을 포함한 단기·중장기 '제1차 혁신 과제'를 확정,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행안부가 노조 반대 등을 이유로 유보시켰다며 공로연수 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안부에 확인한 결과 공로연수 기간은 지자체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도지사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공로연수를 폐지하거나 6개월로 줄일 수 있는데도 제 돈이 아닌 도민 세금을 가지고 공무원들에게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선심을 쓰고 있는 셈이다.

공로연수뿐만 아니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제주의료원, 제주컨벤션뷰로 등 유관기관 파견도 혈세를 좀먹는 행태 중 하나다. 게다가 정년퇴임 1년 6개월 전에 보내는 조기 파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원 지사 재임중 단축 이루길

이와 함께 1년 단위 장기교육 또한 능력계발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승진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또 대부분 능력이 출중한 지방고시 출신 국장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툭하면 장기교육을 보내거나 중앙기관에 파견, '구천'을 떠돌게 만드는 폐단도 여전하다. 이러고서야 현재 중앙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주출신 인재들이 제주도를 거들떠보기라도 하겠는가.

원희룡 지사는 갖가지 인사 난맥상 가운데 공로연수 기간 단축만이라도 시행한다면 큰 족적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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