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취재1팀 차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석권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인 가운데 성과 만큼이나 '표준근로계약서'로도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대체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히는 국내 영화제작 환경에서 '기생충'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준수하며 촬영됐다는 것이다.

표준근로계약서는 노동현장에서 서면근로계약 원칙을 확산·정착시키기 위해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간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말 그대로 '계약서'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 근로시간 등을 근로자에게 명시하고 이를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사용자가 의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종종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었지만 봉준호 감독은 제작진과 일일이 근로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유별난 것은 아니고 2~3년 전부터 영화 스태프의 급여 등은 정상적으로 정리가 됐다"며 "한국영화는 2∼3년 전부터 그런 부분들은 정리를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모 큰 투자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예산 영화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2018년 표준근로계약 없는 영화 14편중 12편이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였고, 나머지 2편도 순제작비가 20억원 이하였다.

'기생충'이 한창 촬영될 때 아역 배우 정현준이 뛰노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기록적 더위에 촬영을 9월 초로 미루고 따로 촬영해 합성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제작비가 오르는 것을 감수하고 아역배우 보호를 선택한 것이다.

다행히 '기생충'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심의 공동협의체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도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예술가들이 '이슬만 먹고 산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더이상 들리지 않아야 한다. 예술인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의 한 축이 돼야 '제2의 기생충'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김봉철 취재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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