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마을기업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지구별가게 내부사진.

미디어를 통한 소비가 확장되면서 호기심에 구매하게되는 물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집에서 카페 분위기를 즐기고자 구매한 와플기계부터 읽지 않아 먼지가 쌓인 책,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 맞지 않는 새 옷 등 버리기에는 깨끗한 새물건이 집안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하면서 새물건의 휴지통 직행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제주로 건너와 수납공간과 스탠드, 옷 등 기본적인 일상용품부터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등을 구입해 얼마 사용하지 않고 휴지통에 직행된다. 이처럼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고, 버리는 패턴이 반복되다보니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 물건을 공유하면서 남을 돕고, 지구를 도우며 공유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곳이 있다.

 

아름다운가게

△종합마트 부럽지 않은 만물상 '아름다운 가게'

공유와 기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아름다운 가게'다. 아름다운 가게는 시민들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증받아 재생산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곳으로 판매 수익금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단체를 돕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아름다운 가게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마트와는 다르다. 아름다운 가게는 수익배분을 통해 나눔활동을 하고 지역 주민들의 기증품을 순환하는 지역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재사용 나눔가게는 환경을 살리는 동시에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또한 기증품 판매 수익금을 소외이웃을 위해 사용하기에 물건 구매가 나눔으로 연결된다.

아름다운 가게 매장에는 책, 신발, 의류 등 쉽게 생각하는 기부물품부터 자전거, 인형, 접시 등도 있다. 또한 자체 상품과 사회적 기업의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제주산 제품인 지역자활단체 제품도 판매하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친환경 단체, 사회적 기업, 장애인 재활단체, 공정무역 제품 등이 있다.

아름다운 가게에 물건을 기부하고 구매하는 것 외에도 나눔의 방법이 있다. 바로 자원봉사활동이다. 자원봉사자는 일주일에 4시간 동안 아름다운 가게에서 매장정리, 기증품, 상품 판매 등을 담당한다. 아름다운 가게에서의 봉사활동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통합 봉사활동 포털 '1365 자원봉사'에 기록된다. 아름다운 가게는 제주시에 2곳, 서귀포시 1곳이 있다. 

△청소년·환경 지킴이 '지구별가게'

지구별가게 간판.


제주도 마을기업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지구별가게는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했다.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는 청소년들이 운동화 깔창 등을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엄마들은 청소년들이 쉽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어려운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나누고자 지난 2017년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지구와 사람을 지키기 위한 영역을 확대해 지구별가게가 탄생했다. 

지구별가게는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의 생산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지구를 지키기 위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지구별가게에는 지구를 살리는 다회용품인 면생리대와 일회용 화장지 대신 재사용할 수 있는 오가닉 천으로 만든 손수건,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유기농 주머니인 수저주머니와 린넨백 등을 판매한다. 또한 와입스, 쇼핑백 등 다회용 핸드메이드 면제품을 제조한다. 

지구별가게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국내·외 소외계층 소녀들에게 면생리대를 기부하는데 사용된다. 지구별가게의 지구 지킴 활동은 다회용품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매달 10명이 10개씩 100개의 면 생리대를 기부하는 '소녀, 별을 품다' 프로젝트부터 북한 여성들에게도 면 생리대를 제작해 전달한다. 

이처럼 지구별가게는 매 달 사용해야하는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재탄생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을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구별 온라인가게는 온라인홈페이지 '소락'을 제작, 선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지구별가게는 물품 구매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 일회용품 사용 제로를 꿈꾸며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반딧불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꼬마도서관 모습.

△꿈을 공유하는 '반딧불이 작은도서관'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곳이 있다. 제주도와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가 손을 잡고 센터 내에 개소한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이다.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은 아동과 도민들을 대상으로 운영, 지역주민과 공동체 형성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은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기부 받은 책들을 모아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모인 책들이 점점 많아지자 특정 아이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한 결과다.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은 2018년까지 행정시 지원 없이 오직 기부 받은 4500여권의 책으로 운영됐다. 

아이들의 경우 연령별로 읽는 책과 교구가 바뀌기 때문에 새물건임에도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은 책과 교구 등을 기증받아 필요한 아이들에게 대여해주고 있다.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은 책과 교구 등을 나눔받기도하고 책을 구입하기 위한 후원금을 연중 접수하고 있다.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의 활동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꼬마 도서관'이다. 꼬마도서관은 직접 공원에 찾아다는 도서관으로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3월부터 연동지역 공원에 빨간 지붕의 책꽂이 함을 배치, 대여 명단 작성 등의 절차 없이 읽고 싶은 책을 꺼내서 읽을 수 있다. 누구나 책을 가져갈 수 있고, 다른 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책을 꽂아두면서 손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책과 공간, 사람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눔에 뜻을 모은 봉사자들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이에 우쿠렐레 봉사 동아리 '이그니스'와 동화구연 중심 봉사 동아리 '다온'이 탄생했다. 이들은 다른 기관과 함께 야외 독서프로그램, 영유아 베이비 요가, 책 놀이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반딧줄이 작은도서관은 중·고등학생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학습멘토링, 전문강사를 초빙한 역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독서의 재미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또한 독서활동 외에도 양로원 등을 방문하며 어린이를 넘어 지역 주민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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