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김창진 前 대기고등학교 교장

前 대기고등학교 교장 김창진

대기고 역사와 함께 한 34년…제자 향한 남다른 열성 보람
야간학교·교도소까지 아낌없는 나눔 은퇴 이후에도 '계속'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인생 자체였던 대기공동체와의 삶, 그에 이어 인생 3막에서도 내게 채워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대기고등학교 개교 첫 해인 1984년부터 2018년 퇴임까지 학교·학생들과 함께 한 김창진 전 교장(64)에게 34년간의 인생 2막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겁 없던 평교사 시절부터 교장이 되고 나서도 '인품과 실력을 갖춘 미래사회 리더 제주인'을 육성하겠다는 일념으로 제자들의 인성을 다독이고, 학력도 최고로 끌어올리는데 인생을 바친 그였다. 2017년 사학 최고상인 봉황장을 비롯해 2015 한국사도대상, 제3회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 등 헌신에 대한 보답도 많았지만 김 전 교장은 언제나 낮은 자세로 '부족함'을 채우는 삶을 이어왔다.

학생들과 축구를 즐기고 도시락을 함께 까먹으며 어울리는가 하면 학교의 홍보맨을 자처하며 제자들이 입학한 대학 총장에게 일일이 잘 돌봐달라는 편지를 보내는 열성으로도 유명했다.

김 전 교장은 "그저 내 이름으로 졸업장을 준 제자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었다"며 "3년 전 졸업식 때 학교로 찾아온 제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의 부도로 1년도 안돼 학교를 떠나야 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교수가 돼 돌아왔고, 명예졸업장을 주며 함께 울었다"고 회고했다.

교 밖에서 쏟은 열정도 만만치 않았다. 평교사 시절부터 퇴임 직전까지 고졸 검정고시반이 있는 등하야간학교에서 20~60대 늦깍이 학생들을 위해 자원봉사 교사로 봉사해왔다. 때묻은 과거를 털고 새 삶을 시작한 제주교도소 검정고시반 재소자들을 위해 자원봉사 교사로 나서기로 했다.

사회에 뭔가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114의 안내를 받고 야간학교의 문을 두드렸다"며 "저마다의 사연은 달랐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해 검정고시에 합격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게 김 전 교장의 소감이다.

간학교 제자의 결혼식 주례를 봤던 기억, 교도소 재소자의 '출소하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의 벅찬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교단을 떠났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은 여전하다.

사학연금공단봉사단원으로 매주 요양원 치매 어르신들의 벗이 돼주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소외된 사람들을 발굴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대학 강사, 정책모니터단원, 한원리 향우회장, 송암장학회 이사장 등 그의 인생 3막은 지역과 이웃을 향한 활동들로 빼곡히 채워지고 있다.

김 교장은 "그동안 교직생활을 통해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많은 행복을 받았다. 받은 행복을 생의 남은 기간에 봉사로 보답할 것을 다짐하며 인생의 3막을 힘차게 시작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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