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연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초조와 불안한 나날을 견디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하루 80여 명의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는 등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사망자 없이 확진자가 20여 명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는 등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어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첫 확진자는 지난 1월 19일에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었는데, 국내 확진자가 증가하는 와중에 중국 우한에서 제주도를 여행하고 귀국한 여성이 중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제주 사회를 발칵 흔들어 놓았다. 이 여성은 1월 21일부터 4박5일간 개별여행으로 제주시내 및 성산 일출봉 등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까지 제주에서 2차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 이 역시 천만 다행이다.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되면서 제주도지사는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는 표현을 담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제주도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사증 입국 제도 일시적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였고, 지난 2월 4일부터 '일시 중단'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 제도는 2002년 4월 1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발효하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외국인이 사증 없이 제주도에서 30일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 중단하면서 도지사가 '뼈는 깎는 고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제주도의 핵심 산업이 관광이고, 무사증 입국 제도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있어서 전가의 보도로 보았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2019년 무사증 입국자는 81만3천500여 명이며, 이중 중국인은 전체의 98%에 달하여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도라고 하여도 과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임시 중단에 대하여 제주 지역사회 주민은 '안도의 한숨 쉬며 환영'하고 있으나 관광업계는 '피해 우려' 의견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 제도에 대한 중단 내지는 폐지의 의견이 대두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주도에서 2011년 121명으로 집계됐던 외국인 범죄자 수는 매해 증가하여 2016년에 들어서는 649명으로 급증했고, 이중 중국 국적 피의자는 70%를 넘고 있다. 2016년에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이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은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2018년에는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무사증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또한, 무사증 제도로 입국하여 제주에 입국한 후 불법 체류한 외국인이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제주도가 국내의 불법 입국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도 지적도 있다. 

제주 국제자유도시는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개방화, 자유화를 지향하는 초국적 자본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산물이다. 그 수단 중의 하나인 무사증 입국 제도를 포함한 제주 국제자유도시 정책은 중국인 관광객 및 대규모 자본 유치로 제주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기여하였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경제, 사회문화, 환경 등의 모든 분야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 상품, 자본은 모두 올바르고 착한 것은 아니며,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은 혹독하게 유해한 부산물의 부가적 이동을 포함한다. 

본질적으로 자본은 탐욕적이고, 특히 초국적 자본은 약탈적이며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한국을 포함하여 1980년대 이후 초국적 자본 유입이 급증한 신흥경제 국가의 20%가 금융위기를 겪은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주사회의 안정되고 건강한 국제도시로의 발전을 위하여 제주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상품, 자본을 잘 선별하고 이동을 환영하고 배려하여야 하지만 사악한 사람, 상품, 자본과 유해한 부산물의 유입은 원천적으로 차단하여야 한다. 이것이 제주의 무사증 입국 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 근본적 이유이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 조성과 제주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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