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취재1팀 부장

조선시대에는 제주를 다스리기 위해 나라에서 목사를 내려보냈다. 조선시대 제주목사는 군사·행정·사법 등 전 분야를 지휘·감독했다. 제주목사는 병마수군절제사(兵馬水軍節制使)라는 군직을 겸임, 육·해군을 통솔했다. 조선왕조 500년이 넘는 시간에 제주목사로 286명이 부임했다.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족을 데리고 오지 못했기에 제주목사의 임기는 2년 6개월이지만 평균 재임기간은 1년 10개월로 짧았다. 대부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돌아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연고가 있는 관직에 제수할 수 없게 한 상피제(相避制)를 엄격히 적용했다. 이때문에 제주 출신은 제주목사로 임명될 수 없었고, 다른 지역출신 관리들이 제주목사로 내려왔다. 6개월을 넘기지 못한 목사는 28명으로 10명 중 1명 꼴이었다. 1년을 채우지 못한 목사도 65명이나 됐다. 파직되거나 탄핵을 받아 압송된 목사 역시 68명에 달했다.

제주목사 중에는 업무에 충실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 있는 반면 마치 유배온 것처럼 한탄하며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목사들도 있다. 겨울에도 알몸으로 바다에 들어가는 해녀를 안쓰럽게 여겨 평생 전복과 미역을 입에 대지 않았다거나, 겨울 백록담에서 한라산신제를 지내면서 동상으로 죽고 다치는 백성이 나오자 신단을 아라동 산천단으로 옮겨 제를 봉행하기도 했다. 채무로 백성들의 고통이 심해지자 임시방편으로 차용문서를 만들고, 이 문서를 태워 민초들을 구원한 제주목사도 있다.

반대로 탐욕과 비리, 그리고 도민들을 핍박하면서 사형을 받은 목사도 있고, 반정을 일으켜 유배당하다 시피 제주목사로 부임한 사례도 있다.

현대적 시각으로 보면 제주목사와 제주도지사는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중앙에서 부임한 제주목사와 달리 도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도지사의 역할과 권한은 더욱 막대하다. 그만큼 제주도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훨씬 공헌해야 한다. 제주목사를 평가하면서 추앙받거나 비판받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결국 도지사가 지역사회와 도민에 대한 헌신과 진정성, 그리고 업무능력을 보여주느냐 일 것이다.  김용현 취재1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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