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진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면세점은 해외여행시 한번쯤은 둘러보게 되는 출국장 면세점과 외국인들이 입국해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으로 크게 구분된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이와 더불어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특별법에 근거한 지정면세점이 별도로 운영돼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무비자입국이 가능한 조건과 결합되어, 제주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면세쇼핑지인 것이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은 법. 우리나라, 특히 제주지역의 면세시장의 전망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단체관광객 시장주도 수익성 떨어져

첫째, 관광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019년 내도관광객은 1528만명, 그 중 외국인은 173만명(중국인 108만명)이다. 전년대비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다소 증가했지만 2016년 사드 사태 이전의 수준에는 못미치는 형편이다. 그런데 제주지역의 면세점 매출은 시내면세점과 지정면세점이 3분의 1 수준이고, 시내면세점의 85%는 중국인이 담당하고 있다. 즉, 제주 면세시장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이끌어 가는 형국이다. 문제는 중국인 매출 중 온라인 직구대행(웨이상)과 기업형 대리구매(따이공) 등의 변종 구매가 80%에 달한다는 점이다. 변질된 유통구조는 고객확보를 위한 수수료 지급 등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방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중국발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관광객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글로벌 쇼핑천국으로서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면세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을 보는 뻔하다. 제주도는 쇼핑관광을 관광분야 핵심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새로운 관광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면세분야의 방향성 모색이 시급하다.

둘째, 대기업 편중성의 문제이다. 관세청 기준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중 롯데와 신라의 매출액은 2조 3천억 원에 달한다. 제주도가 1년간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약 5조7000억원(2017년 제주도 조수입추계), 이중 두 기업의 매출이 3분의 1 수준이다. 면세점 품목의 측면에서도 대기업 편중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화장품과 악세서리, 주류 등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대부분 해외 대기업 브랜드이다. 결국 면세시장이 제주의 산업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물음표가 제시될 수밖에 없다. 직원 채용 등 일자리 제공에 더해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공생 및 협력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인 신세계의 제주 신도심 내 시내면세점 진출계획이 들리고 있는데, 상기 우려사항이 가중되지 않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대기업 제주시장 장악 우려 커져

마지막으로 지정면세점의 운영 방안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제주관광객의 90%는 내국인이고, 내국인 관광객이 구매할 수 있는 지정면세점 또한 제주 면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정면세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공항면세점, 중문관광단지의 제주관광공사 면세점 외 항만에 2개소가 있는데, 약 5000억원의 매출이 대부분 공항면세점에서 발생한다.

많은 투자재원이 필요했던 국제자유도시 개발 초기에 비해 현재는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인 JDC가 아닌 제주도가 직접 면세점을 운영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두 조직의 지정면세점을 통합 운영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검토가 필요하다. 내국인 관광객에 대한 제주도의 관광 컨텐츠가 바닥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보다 매력적이고 볼거리가 가득한 쇼핑 인프라가 지정면세점과 연계된다면 쇼핑관광의 제주 관광전략 실현 및 제주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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