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이학박사,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예전부터 묵화에 담아낸 고결한 존재를 '사군자(四君子)로 표현'해왔다. 매화-난초-국화-대나무 등 '넷을 포함'한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다시 둘로서 짝을 짓고, 난매(蘭梅)와 난국(蘭菊)으로 표현해왔으며, 병풍과 화투장을 통하여 '한민족의 생활'속으로,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이것이 고유성(characteristic)을 드러낸 전통문화이며, 한국만이 갖는 특유한 장면이다.  

그중에서도 매화는 싸늘한 이른 봄에 꽃이 핀다. 그래서인지 '고결한 생명체'이면서, 첫째순위의 상징물로 여겨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예전의 선사(禪師)는 '시내버들이 처음 싹이 돋아날 때, 정원에서 매화가 꽃피우려 용트림한다'는 시구절을 남겼다. 개화기에서 앞서온 매화를 '강가의 버들과 대비(comparing)'하며, 찬양해온 것이다. 조선말엽에 구연학이 "설중매(雪中梅)"를 신소설주제로 삼아온 것도, 이런데 연유한다.

봄철은 겨울다음에 다가오는 계절이지만 '차가움이 소멸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인지 'JP로서 이니셜(initial)'을 앞세운 정치인은 '봄이 왔어도 실제로 봄같이 않다'는 글귀로서, 한때 명성을 날렸다. 이것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글귀다. 계절변화를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구분'할 때, 양극화를 이루는 것이 '무더운 여름과 차가운 겨울철'이다. 그렇다면 봄과 가을의 경우 '징검다리와도 같은 점이(漸移)성'을 띠게 된다. 

겨울철은 '차가운 혹한(酷寒)기'에 속한다. 그래서 모든 것이 '얼어붙는 동사(凍死)의 계절'로서, 사람들은 동면(冬眠)에 젖어왔다. 하지만 '따스한 남쪽'에는 겨울철에도, 꽃을 피우기에 알맞을 만큼 온난하다. 이것이 지명(place name)에 반영됐는데, 경남합천군의 매화(梅花)산과 전남신안군의 매화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차가운 겨울철에도 매화가 피어날 만큼  '따스한데서 붙여진 땅이름'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남쪽으로 흐르는 섬진강하류에는 '군락(群落)을 이루는 매화꽃'이 전국에 걸쳐 명성을 타고 있다. 위도(latitude)상의 남쪽이면서, 지리산줄기로 가려진 방풍효과이다. 거기에다 푸른 강물줄기까지 어우러짐으로써 '아름다운 매화의 자태'를 더욱 빛내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자연조건에 못지않게 '인간노력을 결합'시켜온 데서 '오늘의 상징적 매화고장'으로, 전국적 위상을 굳히게 됐다. 

관련내용은 필자의 "자녀교육을 위한 지침서"에도 실려 있다. 종부(宗婦)에서 같더라도, 조상이 남기고 간 위토(位土)에 대하여 '곶감을 빼어먹듯, 안주(安住)의 늪에 빠져'든 소비유형, 종가부흥을 위해 '헌신적 노력을 기울여온 유형'을 대비시켜놨다. 후자와 연계해온 것이 '섬진강변의 매화원'이다. 헌신적 노력은 다시 매실주(梅實酒)생산으로 이어졌고, 매스컴을 타면서 전국명소로 알려지는 한편 '봄을 알리는 곳'으로, 위상을 굳히게 됐다.

제주도는 섬진강유역보다 저위도이면서, 남쪽에 자리한 온난한 땅(warm land)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최초의 개화(開花)기'와 더불어, 봄을 알리는 '전령(傳令)사로 역할'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계절변화에 대하여 '무감각한 것이 현실'로 돼있다. 오직 '동백꽃과 유채꽃이 만발한 들판풍경'만을 앞세워왔기 때문이다. 시대상은 개화기와 더불어 '상징성을 띤 꽃'마저, 창의적 개발과 지역특성을 내우며 '치열한 경쟁시대'를 열고 있다.

이런 냉혹한 현실에 눈을 돌리면서 '합당한 대책을 수립'하게 됐다. 우선 서귀포삼매(三梅)봉에 대하여 '매화관련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매화를 주제로 삼은 화원(花園)조성으로 '가시(visitable)적 효과'를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또한 사군자(四君子)의 품격을 유지하는 '무릉도원의 시범적 모델조성'으로, 개화기를 맞는 창구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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