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코로나 19로 연일 전 세계가 힘들어 하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심리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태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대중 교역량이나 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만큼 경제 타격 또한 크다. 특히 제주는 무사증 일시중단이라는 과감한 초강수 정책을 두기도 했다. 특혜를 포기한 과감한 결단은 큰 희생을 요구하는 조치이지만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코로나 19가 비록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종식된 이후에도 한중관계는 또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일 강승석 주우한 대한민국 총영사가 부임하면서 중국인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역행자(逆行者)라 칭하며,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비온 뒤 땅이 굳는다'라는 한국식 표현을 쓰며 양국간의 상호 신뢰를 표명했고, 이어 잉융(應勇) 후베이성 당서기 또한 부임 하루 만에 회견을 통한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꽌시(關系)라는 말이 있다. 그대로 풀어쓰면 관계라는 의미이지만 중국을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한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중국의 독특한 문화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 안되는것도 되게 할 수 있는 뜻으로 종종 오인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꽌시(關系)를 이루는 근간은 믿음(信)에서 비롯되며, 이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꽌시는 미래지향적이며 넓고 확장성이 강하다. 친구가 친구를 소개하며 한사람의 꽌시와 또 다른 사람의 꽌시가 연결된다. 꽌시는 단순히 명함 교환이나 몇 번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과 상당한 검증을 통해 이루어 지며, 한번 만들어진 꽌시는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꽌시를 형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펑여우(朋友, 친구)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꽌시가 깊어질 수록 조금 친해진 사이인 하오펑여우(好朋友, 좋은 친구),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라오펑여우(老朋友, 오래된 친구)의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필자는 특히 중국친구들과의 관계형성에 있어 '빙동삼척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 이라는 성어를 좋아한다. '삼 척 두께의 얼음은 하루의 추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라는 뜻으로 즉 어떤 일도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지 않고, 오랜 기간 노력과 과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의 경우 중국 유학시절 알고 지낸 가장 오래된 친구는 나름 약 17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너무 편하게 서로의 집도 스스럼없이 왕래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최소 10년 이상의 교류가 있어 지금은 정말 서로의 안부를 편하게 물어보고, 어떤 일을 부탁하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려 하려는 것을 느낀다. 비단 개인적인 교류 뿐 만 아니라 중국 내 기관과의 교류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뢰가 바탕이된 꽌시(關系)의 형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를 몸소 느끼고 있다. 

세상사는 관계의 연속인 것 같다. 관계의 힘은 무궁무진하지만 서로 간에 이기주의나 무관심 등으로 인해 그 위력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미래를 꿈꾸며 함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 특히 어려울 때 힘을 모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 이로 인해서 서로의 진심을 알아 볼 수 있을 때 진정한 꽌시(關系)가 형성되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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