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일했는데…" 관광객 감소에 무급휴직 이어 실직까지
환불·이월 우려 '개점휴업'자처…농산물가격 들쑥날쑥 부담

최근 보안 직원 채용을 실시한 A업체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에서 심상치 않은 문구를 확인했다. 근무 경력 한 줄을 채운 '2020년 2월 3~14일'이다. 사실 2주일밖에 일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했다.

해당 지원자는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 내 보안 검색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업체에 입사했지만 한달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줄어든 데다 인건비 등 경영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내려진 결정이다. 해당 업체의 경우 같은 이유로 실업 상태가 된 사람만 30명 정도가 된다.

코로나 19가 일상 만이 아니라 삶까지 바꾼 셈이다. 코로나19 차단 방역 강화로 단순한 민원 업무 하나 처리하기도 힘들어졌다. 청사 지키기에 나선 관공서 등은 출입구를 제한하고 체온을 잰 뒤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집·유치원 휴원 물론 각급 학교 개학 연기 조치는 정부·지자체가 감독하지만 개별 사업장 등에서는 갖가지 대안이 쏟아지고 있다. 시설 입장 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는 헬스장도 나왔다. 일주일 이상 문을 닫을 경우 환불·이월 등에 문제가 생기는 점을 우려해 2~3일 정도로 일정을 조정하는 실내연습장 등도 부지기수다.

학원들 역시 '휴원'권고에도 혹시 모를 민원에 쉽게 문을 닫지는 못한 채 하루를 나고 있다. 학원들이 다수 모여있는 제주지방법원 인근 상가도 24일 이후 문 닫는 시간이 빨라졌다. 방학 기간 주 수입원이던 '점심'과 '늦은 오후'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인근 한 분식점 업주는 "거짓말처럼 오가는 사람도 없다"며 "점심 장사를 하지 못해 준비한 재료 대부분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고 귀띔했다.

전주시 등이 시행하고 있는 '착한 임대료'바람도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연세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있지만 영세사업장이 많은 제주에서는 적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상대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과 외식수요 감소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던 농산물 가격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농가들에서는 수급 불안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가뜩이나 얼어붙은 가계부 사정은 구매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25일 제주 시내 모 매장의 가시오이 1개 판매 가격은 2480원, 애호박은 2280원이었다. 양파는 오름세를,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월동무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요 소비처의 주문량 감소보다 산지 출하량과 제주 반입량이 가격을 좌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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