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본부장

얼마 전, 국토교통부에서는 2019년도 지역별 교통문화지수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제주지역은 17개 광역시도 중 3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외지인의 방문이 잦은 관광도시이면서, 농촌 특성이 많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우수한 결과표를 받았다고 자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장인 필자에게는 이러한 결과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첫 번째 이유는 2018년도에는 명실상부한 1위의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교통문화 지표는 향후 우리 지역 교통사고 지표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데 있다. 이를 입증하듯, 2019년도 우리 지역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잠정치이긴 하지만 66명으로 전년 대비 19.5%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전국 감소치 11.6%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조사 하위영역으로 '운전행태'와 '보행행태' '교통안전'영역이 있고, 다양한 세부 항목이 있다. 운전행태 영역은 전국 1위의 순위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세부 항목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지표에서는 최상위의 순위를 보여주었으나, '신호준수율' 16위, '이륜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율' 8위, '규정속도 위반빈도' 5위 등 주목해야 할 결과가 눈에 띈다.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방향지시등 점등율' '안전띠 착용율' '음주운전 빈도' 등 항목에서 최상위의 순위를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한번 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보행행태' 영역에서는 '횡단보도 신호준수율'과 '무단횡단 빈도' 항목에서 각각 1위의 순위를 보여주었으나, '보행 중 스마트 기기 사용율' 항목에서는 전국 최하위 순위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 지표인 '교통안전'에서는 '지자체 교통안전 전문성 확보 여부' 15위, '지자체 교통안전 예산 확보 노력' 8위의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결과가 나타났다.

세부 평가 항목의 결과를 보면 크게 2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기초 교통질서 분야는 우수하나, 중대 항목은 취약하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신호준수율' '속도위반' '이륜차 안전모 착용율' 항목에서의 미흡한 결과는 높은 치상 사고와 관련되는 항목이다. 보행자 관점에서도 '보행 중 스마트 기기 사용율'에서 최하위의 결과를 보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스몸비(스마트 기기+좀비)라는 표현으로 언급되곤 하는데, 향후 예후가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 준 것이다.

두 번째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관련된다. '교통안전' 지표가 이에 해당하는데, 섬이라는 지리적 특징과 가용 예산의 한계와 관련된다. 전문 인력과 가용 예산은 미래의 교통사고 지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초 지자체의 조사 결과에서는 인구 30만 이상 시 그룹 29개 시 중 제주시가 17위를 보였다. 2018년 2위에서 15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반면 서귀포시는 인구 30만 미만 시 그룹 49개 시에서 5위의 순위를 보여 2018년도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교통관리 요소로 보통 4E를 언급한다. Education(교육), Engineering(공학), Enforcement(단속), Environment(시설)이 이에 해당한다. 각종 기술의 발달로 자동차 안전장치와 각종 교통시설은 첨단화되고 있으며, '단속'은 폐기되어야 할 최후의 관리요소이다. 결국은 '교육'에 기반하는 도로이용자의 안전의식과 실천이 첫 번째 이슈가 되며,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가 두 번째 이슈로 향후 교통안전 지표의 승패를 가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제주지역의 교통문화지수 성적표는 예후가 그리 좋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교통안전 인프라 확대가 절대로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교통안전 전문 인력의 확보와 배치, 첨단 장치와 시설의 맞춤형 투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교통선진국 수준의 교통안전문화 확산과 정착이 필요하다. 이는 교육이 중요하며, 어릴 적부터 반복 교육을 통해 몸에 배는 게 최상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규제와 단속은 최소화하고, 위반한 시민이 부끄러워하는 사회가 진정한 교통선진국이라 필자는 믿고 있다.

금년 교통안전관리 테마로 '보행자'와 '이륜차' '화물차' '사업용자동차'로 정하고 집중관리할 예정이다.

시설 투자와 교육홍보, 교통운영체계 개선 등과 더불어, 속도 관리와 단속 등도 병행하여 추진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교통안전문화 정착에 따른 도로이용자의 자발적 실천이며, 그 출발점은 나부터 실천하는 선진 교통도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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