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효 제주한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해 11월 정부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전국 자사고 42개, 외고 31개, 국제고 7개 등 총 80개교를 2025학년도부터는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17년 말에도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겠다며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 고입동시실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2019학년도부터 시행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된 지 1년도 채 안되어 다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제주외고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 등은 지난 2015년 제주도교육청이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을 시도한 데 이어 이번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절차를 서두르고 있는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청정 환경을 갖춘 관광?휴양지인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개방 거점도시로서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기준으로 연간 1만 명 이상 입도 외국인 국적수도 10개국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시장 다변화 마케팅으로 인해 향후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도 방문 외국인 수는 2016년 말 360만 3천 21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해 감소세가 이어지다가 2019년에는 전년대비 40.9% 증가한 172만6천132명을 달성했다. 

국제자유도시 시행 취지에 맞는 제주도의 글로벌 역량 강화와 다변화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잠재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제주도의 외국어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다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도 보다 더 신중한 접근과 공감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는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 의제에 대해 '제주시 동(洞)지역 평준화 일반고로 전환과 이전 재배치'안 과 '현재의 위치에서 읍·면 비평준화 일반고로 전환' 안등 2개의 안에 대해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다고 한다.

여론조사와 토론회 등에서 제주외고 학생, 학부모, 동문, 교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길 바란다.

정부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따르면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된 이후에도 학교의 명칭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고, 전환학교당 3년 간 10억 원을 지원하며, 시 도교육청-학교 간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안정적인 일반고 운영에 협조하고,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시 도교육청별 탄력적인 교원배치 등을 통해 안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4년 개교하여 영어과, 독일어과, 일본어과, 중국어과 등 4개 학과로 운영되던 사립 부산국제외국어고등학교는 2018년 자발적 일반고 전환신청을 하여 2019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학교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외국어고등학교 체제의 장점을 살린 글로벌 창의융합 교과중점학교 프로그램 뿐 아니라 고교학점제 시범학교, 창의융합형 영재학급, 과학중점학교, 선진형 교과교실운영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경쟁력있는 일반고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가 정부 정책에 의해 2025년 일반고로 꼭 전환되어야 한다면 동일한 교명을 계속 사용하여 학교의 역사를 유지시켜 주고, 한국형 IB(국제 바칼로레아, 국제 공인 평가·교육과정) 과정 도입 타당성 검토와 외국어 교과특성화학교로서 현재 외국어고등학교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기숙 학교의 장점을 살려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심신이 건강한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목표에 걸맞는 경쟁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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