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

한은 제주본부 기업경기실사지수 2010년 이후 첫 '40대'
내수 부진·불확실성 등 발목…지원 확대에도 체감도 낮아
지역 전 산업군 "역대급 위기"호소…완충 장치 마련 시급

감귤 가공식품을 만드는 A업체의 2월 매출은 평년의 80%나 줄었다. 지난달 10일부터는 공장 가동마저 중단했다. 전체 75명 직원 중 10명 정도만 당직 형태로 출근하고 있다. 이마저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로, 사실상 휴업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느 한군데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관광진흥기금은 직접 연관 산업을, 특별경영안정자금은 소상공인을 우선하면서 신청서 한 장 내지 못했다. 제조업체 대상 지원 방침도 나왔지만 중국 원부자재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부터 지원한다는 방침에 헛물만 켰다.

△ 급한 불부터…모두가 발등 불

당장 급한 불부터 끈다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방침에 제조업체 등은 사각지대가 됐다.

A업체의 경우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을 위해 발품을 팔았지만 생산량이나 매출액 15% 이상 감소, 재고량 50% 증가 등의 자격 조건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밸런타인데이와 졸업여행 등 2월 특수에 맞춰 생산 계획을 세웠던 터라 2월 중순까지 생산량이 급격히 줄거나 재고가 늘지는 않았다. 지난달 10일부터 '신종 코로나 피해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로 완화한 신청요건을 맞추기도 힘들었다.

A업체 관계자는 "메르스 때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어도 버틸만 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며 "이대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속을 태웠다.

이어 "현재 관광에 의존했던 매출은 다 빠진 것으로 보면 된다"며 "3월부터는 경영이 아니라 당장 유지비를 확보하는 것부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메르스 때 보다 더 힘들어

2월 중 제주 기업경기는 폭설 피해를 입은 것처럼 무너졌다. 2월 중 지역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1로 전달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이 45로 전달에 비해 7포인트, 비제조업은 41로 16포인트 떨어졌다.

2010년 이후 40대 BSI는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흔들렸다. 메르스 사태로 흔들렸던 2015년 6월BSI는 전달 보다 16포인트 하락했지만 75를 기록했다. 201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월호 사고 여파가 컸던 2014년 5월도 79선이었다.

매출BSI도 47에 그쳤다. 3월 전망은 46으로 더 떨어졌다. 전달대비 1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채산성 전망도 전달에 비해 19포인트나 떨어진 54, 자금사정은 15포인트 빠진 56을 기록했다.

△ 갚아야 할 빚 부담

제주상공회의소가 도내 115개 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경제현안 인식 조사를 보면 코로나 19로 경영상 피해를 입은 업체가 74.8%나 됐다.

전체 경제 구조가 '관광' '소비'와 밀접하다 보니 연관 산업군 범위는 커질 수밖에 없다. 

관광서비스(92.9%)와 농수축산(90.0%), 유통·운수(90.0%)업체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제조업체도 79.0%가 피해를 봤다고 응답하는 등 코로나19 파장이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났다.

피해 원인으로 '내수위축'(36.6%)을 1순위로 꼽았다. 대규모 행사 취소(16.0%)와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11.4%)까지 코로나 19로 인한 지역 사회 경직으로 힘들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현 정부와 지자체 지원 정책에 대해 33.7%는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10곳 중 1곳 꼴(19.6%)로 '갚아야 돈' '실질적 도움 안된다'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등의 이유로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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