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반 고흐의 '별의 빛나는 밤'이 '비발디'의 '사계 3악장'과 함께 상영되고 있는 모습.

생생하게 표현된 미디어아트에 음악가 거장 곡 어울러
비발디·브람스 등 클래식, 재즈 등 다채로운 음악 선사

빈센트 반 고흐의 고뇌가 드러내는 작품 속 공허함이 비발디·브람스의 클래식과 재즈 등의 다채로운 음악으로 가득 메워지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빛의 벙커는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지난해 12월 '빛의 벙커: 반 고흐'전을 개최했다. 정적인 작품을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기존 전시와는 다르게 작품을 동적인 미디어아트로 변환하고 음악을 어울러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독특한 전시형태를 선보인다.

특히 비발디, 브람스와 같은 음악계 거장들의 곡 가운데 고흐의 작품 분위기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선곡을 통해 일반 관람객은 물론 음악계의 이목을 함께 집중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 부분에는 프랑스 오페라 음악의 거장 '장 밥티스트 륄리'의 몰리에르 연극 '서민귀족'을 삽입했다. 장중한 음악으로 전시 초반부터 관객을 한 순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반 고흐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 등의 미디어아트가 상영되는 '올리브 나무와 사이프러스' 관에서는 바로크 시대 유명 음악가 '비발디'의 '사계 3악장'이 흘러나온다. 사계 3악장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느낌을 통해 관객들이 당시 반 고흐가 느꼈던 혼란스러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반 고흐의 걸작이 다수 전시된 '아를에서'관에는 현대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다.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와 같은 강렬한 색채의 화풍과 어우러지며 전시를 절정으로 이끈다.

전시 막바지에는 반 고흐 생의 최후에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Bb장조 Op.83의 1악장'과 더불어 등장한다. 반 고흐 특유의 고뇌 짙은 색채와 서글픈 음률이 섞여 관객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장일범 음악 평론가는 "한 공간에서 만나기 힘든 반 고흐의 수많은 작품들이 바로크, 낭만주의, 현대음악, 재즈, 록 등 다채로운 음악과 함께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고 호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 고흐의 회화와 드로잉 1300여점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작품을 32분간 상영한다. 반 고흐와 강렬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폴 고갱의 작품도 10분간 감상할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미술·음악계 거장들의 작품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빛의 벙커 : 반 고흐'전은 10월 25일까지 진행한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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