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후 선미 선실서 취침...불길에 빠져나오지 못한 듯
화재취약 섬유강화플라스틱 재질...등록 어선 97% 달해

갈치잡이 조업에 나섰다가 화재로 침몰한 307해양호는 선원들이 잠이 든 새벽시간에 사고가 발생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1월 발생한 대성호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선체 재질이 불에 취약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건조된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4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양호 선원들은 이날 새벽 1시~1시30분께 우도 남동쪽 74㎞ 해상에서 조업을 마치고 선장은 배 중앙 조타실에, 갑판장은 선수 창고에, 나머지 한국인 선원 1명과 베트남 선원 5명은 선미 선실에서 자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처음 불이 시작된 곳으로 지목되는 기관실이 선미 부분에 있고, 기관실과 격벽 하나를 두고 선실이 위치해 화재 당시 잠이 든 선원들이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해경은 선원 진술을 토대로 추정하고 있다.

심한 연기에 잠이 깬 갑판장은 기관실 양쪽 출입문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이날 오전 3시쯤 조타실에 있던 선장에게 알렸고, 선장이 주변에 함께 조업하던 어선에 도움을 요청했다.

불길이 번지자 선장과 갑판장은 '불이야'를 외치며 선수 쪽으로 피신한 뒤 바다에 뛰어내렸다. 이들은 나머지 선원들이 자고 있던 지하 선실에는 불길이 거세 접근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장과 갑판장을 구조한 107수복호 선장은 "선수 부분에서 닻줄을 잡고 있던 선장과 갑판장을 발견했다. 사고 해역 주변을 둘러봤지만 나머지 선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양호 선체는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2001년 건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FRP 재질 특성상 유독가스를 내뿜고 순식간에 화염이 번지기 때문에 진화도 어렵고,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도 높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등록 어선 1973척 중 97%인 1908척이 FRP 재질로 건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천식 제주해경청 경비안전과장은 "배 밑 선원 침실에서 78㎝ 해치문을 열고 식당을 통해 선미 쪽 문으로 나와야하는데 거리가 있다"며 "잠이 든 선원들이 화재를 빠르게 인지해 신속하게 탈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종 선원 수색을 위해 해군 청해진함이 투입될 예정이며, 해경이 야간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로 수색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해양호 사고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은 즉시 가용한 모든 함정과 항공기, 구조대를 급파하고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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