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제주도성평등정책관

새 봄의 기운과 활력은 동서고금, 세계 어느 곳이든 다르지 않다. 특히 제주의 봄은 찬란한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모든 봄소식을 덮어버리고 있다.

그럼에도 3월이 되면 기억해야할 날이 있다. 바로 올해로 112회를 맞는 '3.8 세계여성의 날'이다. 이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 캠페인 주제는 '#EachforEqual'로 각자의 자리에서 성평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처음 만들어진 '특별한 부서'가 있다. 바로 '성평등정책관'이다. 부서가 신설된 것은 2018년 8월로 아직 2년이 되지 않았지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정부지사 직속인 성평등정책관은 단기간에 만들어지거나 행정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오랜 여성계의 노력을 시작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시대정신이 되었고 '미투 선언'으로 고착화됐던 사회구조의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제주에서는 그동안 성평등정책의 실효성을 위해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성계, 의회, 시민사회 등에서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도 '제주지역 양성평등정책 전략연구'를 통해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조직 재설계를 제언했다.

지난 2018년 9월부터 정책관으로 임용된 후 다양한 정책적 변화를 통해 공직을 넘어 도민들의 성평등 의식을 높이기 위해 한발씩 쉼 없이 걷고 있다. 특히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에 성인지 관점이 녹아내릴 수 있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제주도 공직자들의 변화가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정책 실행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부서장을 부서 양성평등 담당관으로, 주무팀장을 담당으로 지정해 부서별 양성평등목표를 수립하고, 성평등정책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주성평등협의회'를 구성했다. 공공기관, 교육, 대학, 경찰, 언론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이다. 함께 동행할 파트너십을 구축한 셈이다.

협의체 구성 이후 기관의 성평등 정책이나 어려운 점을 공유하고, 공동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성폭력 사안 발생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 제주도가 마련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공유하고 공공기관의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평등 문화확산 사업을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제주도민 성평등 인식실태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반영해 올해에는 안전, 가족분야의 성평등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파급력이 큰 미디어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제주성평등미디어상'을 선정해 시상하고 크리에이터 공모전, 용어 개선 사업 등도 시도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마을 자치를 위한 양성평등 마을 규약 제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민과 함께하는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위해 도민참여단도 구성했다. 도민참여단들은 올해 본격적인 모니터링 활동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제주사회가 조금씩 변화되길 기대한다. 

페미니즘은 '남성혐오'가 아니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과 남성 모두의 행복 없이 이 사회가 행복해지기란 불가능하다. 남성다움, 여성다움으로 규정지으려는 어떤 권력, 이른바 성별권력의 구조적 문제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이 제주도 지역브랜드 사업으로 육성하여 전국에서 성평등으로 모범이 되고, 지속가능한 성평등한 제주사회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내년 3.8 세계 여성의 날에는 '제주도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 코로나19를 극복해낸 2020년 봄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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