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없지만 그래도 새 출발을 하는 3월이다. 채용신검 때 잠복결핵검사를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결핵은 후진국 병이라는 말처럼 선진국에는 적은 편인데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OECD에 벌써 가입하였건만 여전히 결핵환자가 많다. 매년 2만 명이상 새 결핵환자가 생기고 있고 결핵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70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다.

결핵이란 결핵균이 사람 몸속에 들어와서 폐나 척추 같은 장기에 병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에 감염되었지만 아직 결핵이라는 병은 생기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B형간염 보균자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병균이 몸속에 들어왔다고 모두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체에는 병균을 방어하는 면역기능이 있어서 몸속에 침투한 병균이 병을 만들려면 면역기능을 이길 만큼 충분히 많아야 한다. 결핵환자와 접촉한 사람 100명 가운데 30명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되어서 잠복결핵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다. 그 가운데 3명 정도가 결핵환자가 된다. 나머지 27명 정도는 계속 잠복결핵검사 양성으로 나오게 된다.  

결핵 환자가 많은 만큼 우리나라에는 잠복결핵도 많다. 우리나라의 잠복결핵양성 비율은 거의 30%정도로 추정된다.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잠복결핵검사 양성인 셈이다. 잠복결핵양성인 사람은 결핵환자와 엄연히 다르고 환자가 아니다. 환자가 아니라서 증상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나 5%정도는 2년 내에 결핵으로 진행하고 또 5%정도는 그 이후에 결핵으로 진행한다. 결핵으로 진행하면 당연히 치료도 해야 하고 전염력도 있다. 잠복결핵검사는 망토테스트라고도 하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나 IGRA검사라고 하는  혈액검사로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BCG접종을 하는 경우에는 혈액검사가 더 정확성이 높고 또 간편하다. 

결핵예방법에 따라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은 결핵검진을 받아야 한다. 잠복결핵검사에서 2년 내에 양전되었거나 면역억제제 복용자 등 결핵발병 고 위험군을 제외하고는 단지 잠복결핵양성이라고 해서 치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생아실,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있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료를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잠복결핵양성자의 10%정도가 결핵으로 진행하는데 그 때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잠복결핵치료는 3개월에서 9개월 정도 결핵약을 복용한다. 결핵약은 간독성 등 부작용이나 위장장애가 심해서 먹기 편한 약은 아니다. 치료 후에도 혈액검사를 해보면 여전히 잠복결핵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잠복결핵을 치료하는 이유는 치료하면 향후 결핵으로 진행하는 것을 90%가량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잠복결핵은 처음부터 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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