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지난 8일은 올해로 112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 날이다. 해마다 세계의 여성들은 광장으로 나와 여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외쳤다. 그러나 올해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단위 오프라인 행사는 연기 혹은 축소하거나 온라인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1908년 3월 8일 루트커스 광장에 미국 뉴욕의 섬유여성노동자 1만5000여명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을 하다 화재로 숨진 여성을 기리며, 안전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남성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의 임금(빵)과 노동조합을 결정하고 투표할 권리(장미)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여성들의 연대와 투쟁이 이어졌다. 이를 기념하여 UN이 지난 1975년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를 요구하며, 여성연대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성평등 인식을 확산하고자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였다. 한국은 유엔 지정 43년만인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명하며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였다. 

'UN 여성 차별 철폐 선언'의 전문에 의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및 가정과 사회의 번영과 양립 불가하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조건하에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및 문화적 생활에 참여하는 일을 가로막아 여성이 최대한 잠재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국가와 인류에 봉사하는 일을 어렵게 함'을 유의하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차별철폐를 선언한지 4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노동현장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돌봄 노동 강요와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2018년 검찰 내 성폭력사건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 불법촬영 범죄와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불편한 용기 시위는 한국사회에 여성인권과 젠더 이슈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여성들을 연대의 이름으로 묶어냈다. 광장에서 여성들의 분노와 외침은 한국사회에서 그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차별과 위협, 공포에 시달리는 삶을 감내해야만 하는 여성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 적어도 여성들은 공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06년부터 해마다 국가별, 분야별 성격차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세계 성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53개국 중 108위를 차지하였다. '성격차 지수'는 임금, 소득, 지위 상승의 기회, 고등교육 등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성취를 얻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한국은 전년 115위에서 일곱 계단 상승했지만 임금 격차 119위, 소득 격차 121위, 임원 및 관리직 비율 142위, 여성 의원 비율 108위로 여전히 성별 간 격차가 큰 국가에 속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은 정치, 경제, 건강, 교육 등 전반적으로 성평등이 실현되는 데 앞으로 99.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는 지난해 제시한 전망치 108년보다 줄어들었으나 성평등한 세상을 100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전 지구적으로 가부장적 제도와 문화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것이다.

굳건한 가부장적 제도와 문화를 앞세워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과 혐오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맞서 싸웠던 수많은 용기 있는 여성들이 있었기에 부족하나마 우리는 인간으로서 오늘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향후 100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성평등한 세상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서는 세계여성의 날을 여성들에게 꽃을 건네는 날에서 더 나아가, 지금 바로 우리는 여성의 권리가 곧 인권임을 외치고, 실천하고, 연대하여야 할 것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는 결국 여성과 남성의 권리평등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곧 인간 존엄성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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