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대로 말하는 게 배려"…환자 시민의식에 '병원폐쇄' 달렸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백병원, 대구 거주 사실 숨긴 환자로 병동 폐쇄 '곤혹'
세브란스병원, 환자 스스로 예방수칙 지켜 '밀접접촉 0명' 정상진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시민의식에 따라 대형병원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된 환자로 폐쇄 조치를 당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확진자가 방문했는데도 밀접 접촉자 '0명'으로 정상 진료를 하는 병원도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백병원은 둘 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방문했던 곳이지만 환자가 어떻게 행동했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앞서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보호자가 이달 5일 코로나19로 확진됐지만, 이 병원은 별도의 폐쇄 조치 없이 정상 진료를 지속하고 있다.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 감염의 위험이 없다고 방역당국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지난달 29일 자녀의 진료를 위해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에 방문했다. 증상 발현 하루 전이었다. 그는 병원 주차장에 댄 차에서 내릴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체크에도 협조했다. 병원에 머무는 동안 곳곳에 설치된 알코올 세정제를 이용해 최소 3번 이상 손을 소독했다. 확진 환자와 동행한 자녀도 마스크를 썼다.

진료실에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 들어갔을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확진 환자와 대화를 나눈 의료진과 원무팀 직원 등도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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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와 2m 이내에서 보호장구 없이 접촉한 사람을 감염 위험이 있는 접촉자로 분류하는데, 해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접촉자를 분류할 때에는 쌍방의 보호장구 착용 여부 등이 고려되는데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났다"며 "역학조사에서 '원내 접촉자 없음'으로 판정돼 지속해서 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백병원은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진료를 받고 입원한 환자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환자는 지난 3일부터 코로나19로 확진된 8일까지 입원해 있었다.

이에 따라 외래 및 응급실, 병동 일부가 폐쇄돼 입원 환자는 물론 진료를 예약했던 외래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환자가 고위험지역 방문 이력 등을 숨긴다면 병원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진료 시 의료진에 정확한 사실을 얘기하고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의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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