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취재1팀 차장

중국 후한 때 장해(張楷)라는 선비가 있었다. 인품과 학문으로 사방에 이름이 높아 황제인 순제가 그를 수차례 데려오려고 했지만 장해는 조정의 간신배들과 다투기 싫어 병을 핑계로 응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 100명이 넘는 제자들과 선비, 벼슬아치들로 붐비게 되자 장해는 또 산속에 숨어 살며 약초를 캐다 팔아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그를 쫓아오면서 그가 사는 산의 남쪽 기슭에 시장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장해는 학문뿐만 아니라 도술에도 뛰어나 사방 5리를 안개로 뒤덮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만나고 싶지 않거나 귀찮은 사람이 찾아오면 안개를 일으켜 자신이 있는 곳을 숨기곤 했다.

장해가 일으킨 5리 안개에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이 생겼다. '짙은 안개가 사방에 5리나 끼어 있는데 그 안에 있다'는 뜻이다. 안개 속에서는 길을 찾기가 힘들 듯, 어떤 일의 갈피를 잡기 어렵거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움을 빗대는 말이 됐다.

선거일까지 30여일을 앞둔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도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제주시갑 선거구는 그중에서도 더욱 혼란스럽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송재호 예비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박희수 예비후보는 중앙당의 결정에 반발하며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오는 12~13일,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16일까지 경선을 통해 구자헌·김영진·장성철 예비후보중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미래통합당 역시 경선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고경실 예비후보의 지지자들이 집단적으로 탈당하면서 고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민생당 양길현 예비후보가 박희수·고경실 예비후보에게 손짓하며 입당을 제의하는 등 또 하나의 변수를 추가했다.

박희수 예비후보와 고경실 예비후보 모두 지지자들과 도민, 정치계 원로들을 만나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선택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경선 이후 확정된 예비후보와 송재호 예비후보, 양길현 예비후보, 정의당 고병수 예비후보 등이 모두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나설 때 소속이 불분명한 상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다자구도 양상은 불가피하지만 언제쯤 오리무중인 상태가 걷히고 정책·공약 중심의 유권자 표심잡기가 시작될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봉철 취재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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