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 교수·논설위원

지난 1월 20일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의 여성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히면서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로 상향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전염병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른 위기경보 수준은 4단계로 되어있는데, 해외 신종 감염병 발생과 국내의 원인불명 감염 환자 발생을 1단계인 '관심'으로 정한다. 해외 신종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신종·재출현 감염병이 발생하면 '주의'로 위기경보를 바꾼다. 해외 신종감염병이 국내 유입 후 타지역으로 전파되면 세 번째 단계인 '경계'로 격상된다. 최고 단계인 '심각'은 신종감염병이 전국적 확산 징후가 보일 때 선포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고 재난사태 선포와 함께 국가·지역 방역인프라가 총력 가동되며 의료자원을 동원한 범정부적 총력대응을 시행하게 된다. 

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위기경보 단계를 불과 한 달 만에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염경로를 일반인들이 인지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실정이기에 공포감이 더 뚜렷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가격리자 수가 3만 명을 넘어가며 온 국민이 이른바 '코로나 블루(blue)'를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영어 단어 '우울감(blue)'을 합성한 신조어다.?전문가들이 바이러스 예방 못지않게'심리적 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재난이 끝나고 나서도 갈등 봉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에 더해 심리적 방역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위정자들의 말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의사협회는 "중국 입국 전면 차단을 머뭇대면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인 입국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대통령은 남대문시장을 찾아 "그렇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방문한 것"이라 했다. 출입국 관리가 소관업무인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를 아주 합리적이고 실효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측이 각별히 고마워했다"고 자화자찬했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감염원 차단의 문제인데 중국인보다 우리 국민이 더 문제라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외국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가 시작되자 외교부 장관은 "방역능력이 없는 국가의 투박한 조치"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과 호주 등 선진국들이 한국인 입국제한과 금지를 발표했다.

대구 봉쇄를 아무렇지 않게 언급한 정치인은 수년전 '귀태'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한 사람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정치인들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아무말 대잔치'를 듣었다. 지금 그들은 그들의 말이 얼마나 야비하고 불쾌한 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까? 
전대미문의 사태로 인해 국민들은 하루하루를 쉽게 보내고 있지 못하다. 이럴 때 일수록?정치인들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면 안 된다. 말은 한번 뱉으면 다시 담을 수 없다. 따라서 말을 할 때는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말을 하는 주체가 공인일 때는 말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야 한다. 사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고(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安身處處牢).' '구화지문'은 여기서 나온 말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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