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봉성교회 목사·논설위원

지상에 다니는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인 나라가 생겼다. 크기나 인구로 보면 제주도와 매우 비슷한 규모의 나라, 룩셈부르크이다. 
 
촌에서 자랄 때 시외버스는, 이용하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내에 와서 버스를 타면, 이동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동일한 요금을 냈다. 서울에 가서는 이게 얼마나 편리하고 고마웠던지, 시간이 나면 구경삼아 종점에서 종점까지 타고 다니곤 했다. 
 
산지천과 청계천 복원 
 
제주에서 산지천은 매우 소중한 존재다. 한때는 이를 덮어서 땅처럼 활용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다시 살리는 데 성공하였다. 경제발전의 그림자였던 유흥시설은 추방되었고, 오수방류로 더러워진 수질도 복원되었다. 
 
60년 전 옛날 청계천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 장마철인지 물이 꽤 넘실대며 흐르는 강이 있었다. 상경하여 직접 봤던 청계천은 복개가 끝나고 위로는 고가도로가 설치된 이중의 도로였다. 개발의 시대가 지나면서 다시 복원되었다. 그러나 옛 청계천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지형은 예보다 더 멋있는 모습으로 치장하였지만, 생활하수를 다시 모을 수는 없다. 그래서 물을 인공적으로 공급하여 흐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거대한 어항이나 물길이지만, 시민이나 방문하는 나그네에게는 휴식과 위로의 공간의 구실을 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정 소득을 조건 없이 준다는 생각은 꿈에서나 가능한 듯하다. 하지만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생활의 위축, 경제활동의 파괴는 바이러스가 지나간 다음에도 쉽게 회복되지 못하리라 예측된다. 9.11 테러로 새천년의 세계 질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던 것처럼,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은 앞으로 계속하여 우리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안고 살아야 할 환경이 될 듯하다.  
 
모든 사람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하여 배분하자는 생각은 이제야 생겨난 것은 아니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시도하려 했지만, 투표를 통해서 부결되기도 하였다. 우선은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방도가 있느냐는 질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내가 낸 세금을 그렇게 헤프게 쓸 수 있나? 이 질문에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망  

국가의 세금은 구성원인 국민의 소유와 소득, 그리고 소비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소유에 대한 세부과는 매우 약하다. 개인의 소유를 철저히 보호하려는 경향은 우리의 체제가 그나마 자유민주주의라 주장할 수 마지막 보루인 듯하다. 소득 중에서 큰 부분을 국가운영을 위하여 부담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세수의 많은 부분은 간접세에 의하여 충당된다. 시민들의 소비에 따라 자동으로 걷히던 세수는 경제활동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유지될까? 시장이 무너지면 복원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때는 인공지능이 바둑 분야에서 전문기사를 뛰어넘지는 못하리라 예측하였다. 몇 년 사이에 이세돌과 커제 등 모든 일류기사를 제압하였다. 실력을 다 드러내지 않고 이길 만큼만 응대하는 운석은 참 얄밉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는 대부분 전문기사들이 이를 배우고 닮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미래의 세계에서는 산업의 큰 부분이 더 자동화되고, 인공지능 혹은 로봇에 의해 생산성이 더욱 높아지리라고 예측된다. 우리들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까, 아니면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사람이 빈곤의 나락에서 허덕일 것인가?
 
지금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면, 산지천을 살리듯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 기본소득제이다. 시기를 놓치고 경제구조가 없어지거나 파괴되면, 복구하더라도 청계천 비슷한 길을 걸어야 한다. 비용도 훨씬 많이 소요되고, 희생 또한 감당하기 어렵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