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진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논설위원

위의 제목은 2015년 경 방영했던 한 TV 드라마 속의 대사였는데, 문득문득 생각날 정도로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위치가 조금 달라지면 이 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뜻이다. 마침 지금 제주도의 상황도 이 대사에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

2016년 제주 관광이 정점에 달했을 때, 한 해 관광객이 1685만 명에 달했다. 1400만 명 정도의 내국인과 3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제주도를 다녀갔다. 관광산업의 활성화로 제주도 전반에 활기가 넘쳤고 호텔과 유원지 개발붐으로 건설업도 활황이었다. 

그러나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우선 항공 예약이 힘들어져서 도민들의 비행기 이용이 불편해졌고, 관광지는 쓰레기로 몸살을 겪었다. 관광지 주변 교통정체도 심해지고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관광객이 늘어서 좋기는 하지만, 정작 제주도민의 삶이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와 같은 해외 여행지의 "안티 투어리즘" 운동도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닌 상황이 되었다. 

부랴부랴 제주도의 적절한 관광객 규모가 얼마면 적절한지에 대한 "관광 수용력(carrying capacity)"진단이 진행되었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입도세 부가 등의 정책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제주관광공사의 진단에 따르면 관광객 규모가 2,000만 명을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이익보다 비용이 커지는 구간이 될 것이며, 당시 추세라면 2022년 경 이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도민의 불편을 어떻게 해소하고, 제주 천혜의 자원을 어떻게 손상 없이 유지할 것인가에 모든 정책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시기이다.

그런데, 2016년 사드 사태와 2019년 말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풍경이 급변하였다. 제주도는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피부에 와 닿는 상황은 완전히 정반대이다. 2020년 3월 외국인 관광객은 사실상 발을 끊었고, 내국인 관광객도 전년 대비 50%를 하회하고 있다. 관광업과 직결되는 건설업의 경우 2019년 신규도급이 전년 대비 -31%를 기록했고, 2020년 올해는 더욱 처참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관광분야 폐업도 급증하여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평년대비 25배 증가하였고, 실직에 따른 실업급여 신청건수도 매월 10% 증가하고 있다. 서는 데가 바뀌니 풍경이 달라졌다. 그것도 매우 나쁜 쪽으로.

위기를 강조하려는 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풍경은 쉽게 바뀌니, 조만간 좋은 풍경으로 다시 돌아서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를 하자는 이야기이다. 그 동안 미처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우선, 관광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통계자료들의 기초를 이번 기회를 통해 다져야 한다. 제주 입도 관광객은 관광협회에 의해 일단위 집계 후 발표되는데, 이는 전체 입도객 중 일정비율은 관광객이 아닌 제주도민일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제외한 숫자를 관광객으로 집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민의 비율 추정이 10여 년 전 데이터를 기초로 하기에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관광객 규모가 증가세인 상황에서 통계기준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지금은 서는 데가 바뀌었으니 통계 기준 재정비의 적기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관광업의 핵심인 숙박업의 현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관련법령상 기준과 실제 숙박업 운영 현황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었지만, 행정 여력의 부족 등으로 정확한 통계가 관리되지 못하였다. 숙박객실과 주요 관광지의 주차장 현황 등 제주도의 전반적인 관광통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집에 손님이 없으면 보통 대청소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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