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취재1팀 부장

조선시대 등의 사극 등을 보면 '대역죄인은 구족을 멸한다'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고려나 조선시대 등에서는 왕실을 위협하는 반역행위를 최악의 범죄로 대역죄를 범하면 당사자 본인은 물론 부모형제를 비롯해 자손, 8촌 관계 등까지 한 가문을 멸할 정도로 가혹하게 처벌했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 3항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어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연좌제는 근대형법상의 형사책임 개별화의 원칙이 확립되기 이전에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범죄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들까지 함께 형사책임을 지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도 근대형법이 시행되기 전인 조선 후기까지 연좌제가 시행됐다. 

우니라나에서도 헌법이 제정된 이후에 공식적으로 연좌제는 사라졌지만 군사정권 시절에는 암묵적으로 존재했다. 특히 북한간접에 연루될 경우 일가족을 체포해 온갖 고문을 하고, 같은 범인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직접적인 형사 처벌을 받지 않더라고 간접적인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상당했다. 사상범의 가족 또는 친족임이 신원조회에서 밝혀지면 고급공무원으로 임명하지 않거나, 해외여행이나 출장 등을 제한하기도 했다. 4·3당시 억울한 죽임과 고초를 당하고, 옥살이를 한 희생자들은 오랜 기간 본인은 물론 자손까지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온갖 억압과 불이익을 당했다. 이 때문에 2000년대초 정부 차원의 4·3진상조사가 이뤄질 당시에도 희생자와 유족들은 두려움에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선거철이 되면 부모형제와 가족의 잘못과 행적을 놓고 쟁점화하고,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행위기 종종 벌어진다. 대한민국 헌법상 연좌제는 금지됐지만 정치적 연좌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해당 가족이 큰 잘못을 했더라도 당사자가 그 행위에 관여되지 않았다면 잘못을 물어서는 안될 것이다. 반면 당사자가 직접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가족의 큰 죄를 지은 사실이 확인되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하는 것은 기본 도리일 것이다. 김용현 취재1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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