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김재왕

'건선'은 만성 피부병으로 현재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자기의 피부가 거칠고 건조하면 건선으로 알고 있으나 그것은 흔하게 발견되는 '건성피부(피부건조증)'이며,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건선은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다른 의미이다. 현재 국내에는 전국적으로 50만~100만명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개 20-30대 이후에 발병하나 최근엔 10대 이전이나 60대 이후에 발생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마르고 거칠고 두터운 은백색의 피부껍질과 붉은 색조의 홍반이 두피, 얼굴, 귀, 몸통, 팔다리, 손발 등 전신에 나타난다.

하얀 피부껍질이 피부에서 무수히 떨어져 아무리 매일 청소 해도 방바닥에 먼지처럼 쌓이고, 얼굴이나 두피가 항상 붉은 색을 띠어서 늘 술에 취한 것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이로 인해 심각한 우울장애와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나이가 들면서 때로 손발 및 척추의 관절염이나 염증장질환이 생기고, 복부비만, 심질환, 죽상경화, 고지혈증, 고혈당 등의 전신대사증이 수반되기도 한다. 건선으로 인한 심신의 고통은 당사자나 그 가족 및 지인이 아니고선 이루 헤아리지 못할 정도이다.

불행히도 건선의 치료는 쉽지 않다. 국소적인 건선은 바르는 약을 먼저 사용하나, 전신에 걸친 중등도 이상의 건선은 자외선치료나 경구 면역억제제를 시도하는데 부분적인 호전은 되지만 치료의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고, 환자의 입장에선 언제까지 이 치료를 계속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게다가 평생을 해야 하는 건선 치료의 경제적 부담과 시간 소요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러던 차에 최근 '생물학제제'라는 주사제가 나와 건선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48세 남성 직장인은 대학생 시절부터 생긴 전신의 건선으로 늘 직장이나 사회에서 위축되어 왔고, 전국의 유명한 병의원에서 오랜 세월 동안 치료했지만 상태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생물학제제를 투여한 지 3개월이 지나자 기적처럼 전신의 건선은 소멸되었고 요사이는 항상 웃는 얼굴로 내원하고 있다. 26세 여성은 13세에 건선이 시작된 후 민간요법 등 온갖 치료를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급기야 건선의 합병증으로 척추염과 손가락의 관절염까지 발생하여 휴학, 휴직을 반복하던 중 생물학제제 투여 4개월 만에 전신을 뒤덮었던 건선이 사라져 밝은 성격을 되찾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근 많이 사용되는 생물학제제는 인터루킨-23 억제제와 인터루킨-17 억제제로서 만 18세 이상의 중증 판모양건선 환자에게 적용되며, 6개월 동안 자외선요법 및 경구 약물치료를 시행해도 반응이 미진한 경우 투여를 시작한다. 높은 효과와 안전성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2017년 6월부터 중증 판모양건선이 산정특례질환에 포함되어 환자부담금이 10%로 줄어들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추게 되었다.

하지만 중증 환자들을 배려한 국가적 제도가 시행중이고 탁월한 효과의 생물학제제가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모른 채 아직도 병 자체를 방치하거나 포기한 환자들도 많다. 또한 그 생물학제제가 수도권이나 타 지역 대형병원에만 보급되는 줄 알고 먼 길을 찾아가는 환자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건선이 치료와 관리가 어려운 만성질환으로 간주되었지만 생물학제제의 혁신적 개발에 따라 이제 건선도 정복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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