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 전국이 총선열기로 가득찬 가운데, 이번 총선 과정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우려와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자기 출신지역에 달려가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수십대의 관광버스로 청중을 동원하여 지구당 개편대회를 여는가 하면, 입만 열면 확인되지 않은 흑색선전을 일삼아 유권자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과거와는 달리 구태의연한 선거풍토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속에 출범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그것이다. 제주지역에서도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총선도민연대를 결성하고, 후보자 정보공개 등 합법적인 활동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이 우리 정치권과 후보자들에게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지역감정.돈봉투.흑색선전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지역과 국가의 주요 현안과 비전에 대한 정책대결을 벌여달라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요즈음 중앙언론이 전하는 총선소식을 접하면 모처럼 밝혀진 희망의 촛불이 광풍에 가물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젠 우리 제주지역에서만이라도 정책대결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하면서, 우리가 꼭 짚어보아야 할 현안인 동시에 제주지역의 미래상에 관한 정책과제 한가지를 간략하게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제주지역의 발전모형에 관한 것이다.

제주의 발전모형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모형들이 제시되어 왔다. 지금 한창 논의가 진행중인 국제자유도시 모형을 비롯하여, 종합보양.휴양도시 모형, 생태관광도시 모형, 그리고 레저.스포츠산업을 중심으로한 발전모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발전모형들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들 각 모형이 과연 제주지역의 자연환경과 사회.경제적 여건, 문화적 풍토에 적합한 바람직한 모형인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소정의 기한내에 투자재원을 확보하여 실현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책상서랍에서 잠자고 있거나, 아니면 거의 일방적으로 밀어부쳐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제주도민 전체에게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제주지역이 나아갈 뚜렷한 지향점이 부재함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시간적.경제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아니 이번 16대 총선을 계기로 하여 이미 제시된 발전모형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안적인 모형들을 제시한후, 이들 각각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깊이있는 공론화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주지역에서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자기 나름의 지역발전 모형을 제시하고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공론화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제주지역의 바람직한 발전모형으로 이러한 모형을 제시하며, 개발의 이념과 목표는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단기 전략과 재원확보 방안은 이런 것이라고 모든 후보자들이 공개적으로 발표한다면 유권자로서는 후보자들을 차별화하여 투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과연 제주지역의 바람직한 발전모형은 무엇인가'에 대한 후보자들의 뜨거운 공방을 통하여 정책대결 중심의 선거풍토를 정착시키고, 바람직하면서도 실현가능한 발전모형을 구상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제주도민 모두에게 축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손명철·제주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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