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은 바다와 물의 신이다. 포세이돈을 제우스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신으로 보며, 삼지창이 그의 상징이다. 포세이돈이 강력한 신으로 묘사되었던 것은 옛사람들도 물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체의 70%는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고 사흘도 견디지 못한다. 또한, 물은 식량 그리고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물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간과해서일까. 현대판 포세이돈의 저주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인구행동단체(API) 보고서에는 한국을 1990년에 '물 부족 국가'로 분류,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망하고 있다. 물이 인간의 이기심과 기후변화로 인해 고갈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올해 세계기상기구(WMO)가 세계기상의 날(3월 23일)을 기념해 정한 주제는 "기후와 물(Climate and Water)"이다. 세계기상기구는 매해 세계기상의 날을 기념하여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 주제 "기후와 물"은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 가뭄 등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 방지 등 경각심을 갖기 위해 선정되었다고 한다. 

날씨, 기후, 물은 인간 생활과 자연생태계, 사회·경제시스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열대 저기압, 폭우, 폭염, 가뭄, 태풍, 영하의 날씨와 같은 위험기상은 오랫동안 많은 생명과 생계를 위협해왔고, 오늘날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위험기상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기상 현상으로 폭염, 홍수, 가뭄 그리고 깨끗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고, 온실가스로 인한 장기적인 기후변화는 더 많은 극한기상과 워터 쇼크(water shock)를 동반하면서 미래 지구의 온도를 더 높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 평균기온이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던 해였으며, 우리나라도 연평균기온이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 또한,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7월에 '다나스'를 시작으로 총 7개의 태풍이 영향을 주어 60년 만에 가장 많은 태풍을 기록(1950년, 1959년과 공동 1위) 하는 등 2019년은 기상기록이 많이 나타났고, 변동이 큰 해였으며,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매해 다양해지고 빈번해져 예측이 점차 어려워지는 위험기상에 대한 대응능력 향상과 기후변화의 시급성을 알리고 모바일 기반의 상세한 날씨·지진 정보 제공 등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활편익 증진을 위한 날씨서비스 혁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 부족이라는 포세이돈의 저주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예고된 문제일지 모른다. 세계기상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살았던 과거 생활방식을 벗어나,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방식으로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세계기상의 날을 통해 국민이 기후변화와 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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