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엔 봄기운이 완연하다.물오른 나뭇가지마다 꽃을 내밀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겨우내 움추렸던 어린 새싹들이 따사로운 기운을 먹고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자연의 소리는 아무리 감각이 무딘 사람에게조차도 뭔가를 느끼게 하고야 만다.그것은 요란스럽지는 않으나 어김없이 새로운 시작을 전해주는 대자연의 잔잔한 메시지인 것이다.이런 가운데 콘크리트 위에선 한달도 채 못남긴 선거열풍이 혼란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정당은 자신들이어야 밝은 정치가 가능하다고 열을 내고 있다.당지도부가 전국을 누비며 세불리기에 나섰다.이번 선거만큼은 정책대결이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비방적 소모전은 잠시 주춤한듯도 하다.후보자는 후보자들대로 내가 아니면 적임자가 없다고 다짐하고 있다.물론 아직은 법적 선거운동기간이 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유세가 이뤄지는 일은 없다.그러나 출사표를 낸 예비후보들이 조직을 꾸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이미 선거전은 시작된 것이다.

시민단체가 주체가 된 낙천운동은 그동안의 정치행태에 식상한 많은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총선수업을 실시한다고 한다.교육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서울시교육청은 교과서단원을 당겨 해당교사가 가르치도록 하는 방침으로 대응하고 나섰다.양쪽 모두 민주시민육성을 위한 참정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이다.전교조는 노조원 교사를 중심으로 학급회의,특별활동시간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게 아니므로 정치활동은 아니라고 강변한다.아직은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유권자도 아니다.방법과 수업진행 중심교사가 다를 뿐이다.귀추가 주목된다.이같은 움직임은 지방에서도 복사판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정치권의 무기력에서 연유한다.당리당략에 집착한 정치활동,국민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주의의 전형들은 모두 버려야할 구태일 뿐이다.교과서에서 배운대로 나타나지 않은 정치현실이 아쉬운 것이다.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 봄의 메시지처럼 콘크리크 위의 정치도 새로워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모두 목말라 있는 게 아닌가.<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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