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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선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 강 효 국 사무처장
김용현 기자
입력 2020-03-26 (목) 16:37:57 | 승인 2020-03-26 (목) 16:41:35 | 최종수정 2020-03-26 (목) 16:46:45
제주도선관위 강효국 사무처장

선거는 민주주의 운영의 요체다. 그래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난달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민주주의 지수 2019'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23위로 일본(24위)은 물론 미국(27위)보다도 앞서는 아시아 최고의 민주국가로 평가되었다. 선거절차·시민의식·정치문화 등 다섯 가지 평가척도 중 '선거절차와 다원주의'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다.

길지 않은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거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4·19 혁명으로 분출된 민주선거에 대한 염원과 민주화 과정에서 축적된 고결한 시민의식을 꼽을 수 있고, 저비용 고효율 선거제도 개선 노력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또한 민주선거 발전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온 경제력도 빼놓을 수 없다. 선거는 인적·물적 자원이 집중되는 국가행사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과 시장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특수'라는 호재로 인해 광고업과 부동산 임대업이 반짝 호황을 맞기도 했다.

선거공영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는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경비를 국가가 부담한다. 우선 정당은 국회 의석수 등에 따라 선거보조금을 지급받는다. 이는 경상보조금과 별도로 선거를 실시하는 해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으로서,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에 지급되는 액수는 440억원이다. 후보자가 선거운동에 지출한 비용도 선거가 끝나면 국가가 일정 금액을 보전한다.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870억원의 보전금을 지급하였으니 4년간 물가상승률만 감안해도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선거운동 보전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선거를 관리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투표사무원과 개표사무원에게 지급되는 수당과 각종 시설 임차료 등 선거관리에 드는 비용이 2,267억원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정당 선거보조금과 선거운동 보전금을 모두 합하면 3,577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제주도의 1분기 지방세 수입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고에서 부담하는 금액일 뿐, 후보자가 음성적으로 지출하는 비용과 선거로 파생되는 사회적 비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다.

가짜뉴스와 비방·흑색선전 등 선거공해로부터 파생되는 갈등·대립,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 비용이 선거를 전후하여 수십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선거 선진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선거에 관한 비용은 적을수록 좋다. 세계적 경제 불황과 저성장의 그늘 속에서 선거도 혹독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비율)가 강조되는 시대에서 선거로 인한 갈등비용을 줄여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가짜뉴스와 네거티브는 정책대결을 방해하여 유권자의 정보처리 비용을 높이고 '완전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을 어렵게 한다. 미래 정치학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트러스트'에서 신뢰가 낮은 국가는 그만큼 큰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지불되는 비용이 한 해 82조원에 이르는 오늘이다. OECD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7%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선거는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아니라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 선거가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 '정책 대결의 장'으로 기능할 때 선거결과를 둘러싼 갈등비용은 획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나라가 어려운 지금, 선거가 끝나고 또 다른 갈등비용이 청구되지 않도록 유권자의 책임있는 한 표가 절실하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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