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대출까지 지원·업무 폭증

중소벤처기업부 경영안전자금 신청을 위해 영세 중기·소상공인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고 미 기자

잇딴 코로나19 지원책에도 골목상권 등 위기 여전…노란우산공제 지급 신청↑
5일 이내 '1000만원' 지원에 수요 몰려…3일 만에 홀짝제·인터넷접수 등 분산
처리 병목 가중·대출 외 일반사업 '올스톱', 인력·정보공유 한계 등 부작용 우려

'당장 죽게 생겼는데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영세 중기·소상공인들의 아우성에 정부가 답을 했다. 직접대출 시행으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나선 지 이틀 만에 정보 공유 한계와 현장 인력 부족 등에 따른 혼선만 키웠다.

△ "급한 불부터 꺼달라" 

기획재정부ㆍ중소벤처기업부ㆍ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자금이 급한 소상공인·중소기업에서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기업자금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신용등급 1~3등급 소상공인에게 연 1.5% 금리로 7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내용으로 진행했다.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상시는 절차 완료까지 1~2주면 됐던 것이 신청이 몰리며 한달 이상 지연되면서 민원이 폭주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를 보면 올들어 지난 25일까지 제주에서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을 신청한 건수는 2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8건과 비교해 43.1%나 늘었다.

지난해 기준 도내 사업체(5만1646곳)의 노란우산 공제 가입율이 30%(1만5508곳)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 경제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 신청만 하면 '1000만원'을 5일 이내에 지원받을 수 있는 직접 대출 수요가 폭주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웠다.

2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주센터는 오전부터 폭주한 신청과 민원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상담 전화는 불통이 된 지 오래고, 전 직원이 상담에 매달려 다른 업무는 손도 대지 못했다.

2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주센터 입구에서 사람들이 경영애로자금 직접대출 신청을 위한 사전 설명을 듣고 있다. 고 미기자

△ 필요한 건 '속도' 불편 최소화

센터 앞에서 만난 A씨(여·56·제주시 연동)는 애꿎은 마스크만 연신 올렸다가 내렸다.

A씨는 "급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주변 상가를 대표해서 왔다"며 "홀짝제에 인터넷 접수 같은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이 것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가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병목 현상 해결을 위해 자금 공급 채널을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진공으로 분산했다.

시중은행은 4월 1일부터 3조5000억원 규모 이차보전 대출에 집중한다. 신용등급 1~3급 대상으로 대출금리 1.5%를 적용한다. 금리 적용 기간은 1년이다. 보증료(0.5~0.8%)도 받지 않는다. 

기업은행은 5조8000억원 규모로 신용등급 1~6급 대상으로 대출해 준다. 소액 대출(3000만원 이하)에 대해 지역신용보증재단 심사를 기업은행에 위탁하기로 했다. 대출·보증을 동시에 진행해 집행 기간을 5일 내로 줄인다.

소상공인진흥기금으로 배정한 2조7000억원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푼다. 은행을 통한 대리대출(지역신용보증 필요)이 아닌 소상공인진흥기금 1000만원 직접대출(지역신용보증 불필요)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줄서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출생연도 뒷자리를 기준으로 한 홀짝제를 도입하고, 인터넷을 통한 사전 상담 접수로 현장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 '미리 받아 놓자' 까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대출 상담 현장에서는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상담 시간을 포함하면 직원당 하루에 십수명 남짓 대출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이 마저도 긴급자금에 대한 온도차로 현장 혼선을 키웠다. 

"고신용(신용등급 1~3등급) 소상공은 돌아가 달라" "이미 정책 자금 신청한 소상공인은 중복 신청이 안된다"는 안내에도 줄을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남들보다 미리 받아 놓자'는 심리까지 겹치며 제주센터도 상담 전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뒀다.

대출 업무를 위탁받은 은행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특별경영안정지원자금, 제주관광진흥기금 특별지원, 소상공인 특례보증 등 지역 차원의 지원책까지 이어지며 지역 신보에서 처리 병목이 발생한 상태라는 점에서 걱정은 더 큰 상황이다.

지역 신보 위탁 만으로도 업무 과부하 상태인데다 부실 심사에 대한 책임 역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고의·중과실만 없다면 지원할 수 있도록'했지만 문제 발생 때 대응책은 없는 상태다.

예산 한계 등의 이유로 이미 대출 신청이 완료된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의 경영안정자금의 한도가 7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진데 따른 저항도 적잖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일관성이 없으면 없는 만 못한 상황이 된다"며 "필요한 사람이 자금을 찾아 다녀야 하고 현장 지침은 계속해 바뀌는 혼선부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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