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 동릉 구상나무 군락지. 제주도 제공

한라산연구소 조사 ㏊당 개체수 2028그루 중 1098그루만 생존
2012년 볼라벤 당시 생장속도 멈춰 2013년 가뭄으로 고사 늘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제주 한라산 정상부 구상나무 군락이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강력한 태풍까지 엄습하면서 급격하게 쇠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발간한 '제19호 조사연구보고서'(2019년)에 실린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전략 마련 연구'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림(숲) 전체 면적은 2015년 636.0㏊로 2006년 738.3㏊과 비교해 152%(112.3㏊) 감소했다.

한라산 구상나무림의 ㏊당 평균 구상나무 개체수 분석결과에서도 전체 2028.3그루 가운데 54.1%인 1098.3그루만 살아 있고, 나머지 45.9%인 930.0그루는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새롭게 출현하는 어린나무는 고사목 발생량의 28.0%에 그치면서 서식지 면적과 개체구가 크게 줄고 있다.

결국 제주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 10개 지역에서 2018년 8월부터 12월까지 고사한 지 1년 이내의 구상나무 101그루를 표본으로 '연륜'(나이테) 분석을 통한 고사 및 쇠퇴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제주에서 태풍과 가뭄 등 기상 이슈가 발생했던 시점에서 눈에 띄게 나이테 생장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슈퍼태풍으로 불린 초강력 '볼라벤'이 2012년 제주를 강타할 당시 구상나무 생장이 거의 멈춘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가 발생한 시기에도 나이테 생성이 크게 감소했다.

2012년 태풍 볼라벤 내습에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2013년 극심한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한라산 구상나무들이 2018년 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기상학자들은 북태평양 바다수온 상승 등으로 인해 제주에 영향을 주닌 태풍의 강도가 세지는 것은 물론 영향빈도 역시 잦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산식물인 한라산 구상나무가 지구온난화로 수세가 약해지고 서식지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초강력 태풍으로 인해 쇠퇴속도가 빨라질 성으로 우려된다.

한편 한국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절멸위기종(threatened species)으로 지정됐으며, 제주도 한라산에 세계최대 규모의 자생 숲을 형성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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